SGI서울보증이 마주한 최대의 현안은 IPO다.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작업인 만큼 성공의 과제는 무겁다. 당분간 SGI서울보증의 모든 경영활동은 IPO와 연관되는 방향으로 전략이 수립될 수밖에 없다. SGI서울보증의 경영 현황을 IPO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성공을 위한 향후 전략을 가늠해 본다.
SGI서울보증이 실적과 재무 양면에서, 심지어 주주환원의 측면에서까지 충분한 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지난해 IPO에 실패한 이유는 적정가격 산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수요예측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상장을 자진 철회한 것이다.
최근 공모주를 향한 투자심리가 시들한 만큼 SGI서울보증의 적정가격 산출 과제는 여전히 무겁다. 다만 과제의 무게를 덜어주는 요인도 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도입을 계기로 보험사의 가치가 지난해보다는 높게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적정가치 산출, 올해는 더 현실적으로
SGI서울보증은 2023년 9월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액면가 2500원의 보통주 698만2160주(지분율 10%)를 내놓는 IPO를 추진했다.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자 같은 해 10월 철회신고서를 제출하며 일정을 자진 철회했다. 희망 가격이 시장의 눈높이와는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SGI서울보증 측이 가격 산정의 기준으로 삼았던 지표는 2023년 상반기 말 기준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었다. 먼저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프랑스 코페이스(Coface)와 미국 트래블러스(Travelers) 등 4개 보험사를 비교기업군(피어그룹)으로 선정해 적정 PBR을 0.95배로 결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주당 평가가액을 6만5396원으로 산출한 뒤 최소 20.79%~최대 39.6%의 할인율을 적용해 희망 공모가액을 3만9500~5만18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희망가의 PBR은 0.57배~0.75배였다.
당시 SGI서울보증은 국내와는 증시 환경이 다른 해외기업을 피어그룹에 포함해 적정 PBR을 '뻥튀기'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23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삼성화재의 PBR이 0.67배, DB손보의 PBR이 0.48배에 불과했다. 순자산가치로 보나 이익 창출능력으로 보나 SGI서울보증이 이들보다 앞서는 점이 없었음에도 기업가치는 비슷하거나 더 높게 책정된 셈이다. 쉽게 말해 현실성이 부족했다.
올해 IPO 도전에서 SGI서울보증 측은 더욱 현실적인 가치 측정을 위해 피어그룹에서 해외기업을 제외하는 방안을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공모희망가를 낮추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밸류업에 높아진 보험사 가치 눈높이
SGI서울보증의 IPO는 최대주주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추진하는 공적자금 회수 작업의 일환이다. 예보는 SGI서울보증 지분 93.85%를 보유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10%를 먼저 시장에 내놓은 뒤 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청산 예정일인 2027년 12월31일까지 단계적으로 잔여 지분 가운데 33.85%도 매각하는 계획을 세워뒀다.
IPO를 통해 잔여지분의 가치 기준이 세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SGI서울보증으로서는 IPO에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상장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적정가치 산출의 과제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다만 작년과 비교하면 최근 증시의 상황이 SGI서울보증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일부 우량 보험사의 가치가 재평가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피어그룹에 선정됐던 국내 2개 보험사의 경우 PBR이 삼성화재는 작년 상반기 0.67배에서 올 상반기 0.99배로, 같은 기간 DB손보는 0.48배에서 0.71배로 각각 높아져 있다.
SGI서울보증의 순자산가치가 작년 상반기 말 4조8158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조9822억원으로 1664억원 늘어나 있는 점도 희망가격 방어 측면에서 유리한 지표다. 심지어 SGI서울보증은 IPO에 대비해 경영효율화를 추진 중이며 증권신고서 제출에 앞서 주주환원정책도 발표할 예정이다. 현실적 적정가격 산출이라는 명목으로 무작정 공모희망가를 낮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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