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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기가비스는 이사회 구성과 운영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공급 업체로 업력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코스닥엔 지난해 입성했다. 상장사로서의 기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 이사회 평가 점수에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나마 ‘경영성과’ 지표가 평균 4점대를 받으며 위안거리가 됐다. 나머지 항목은 모두 중간값(2.5점) 이하인 평균 1점대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견제 기능’ 지표 점수가 1.3점으로 가장 저조했다.
◇경영성과 4점대, 30%대 이익률 '합격점' THE CFO는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6개 공통지표로 이사회 구성과 활동을 평가한 결과 기가비스는 255점 만점에 94점을 받았다.
‘경영 성과’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체 지표 중 유일한 4점대 항목이기도 하다. 기가비스의 지난해까지 실적 추이를 보면 그럴 만한 점수 분포다. 2021년 400억원대였던 매출 외형을 이듬해 900억원대로 끌어올린 뒤 지난해까지 유지했다.
영업이익률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30%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순이익률도 27%대를 기록한 2022년을 제외하면 모두 30%를 상회했다. 호실적이 수년간 이어지며 재무 건전성도 자연스럽게 개선됐다.
이같은 경영 성과는 점수 상으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배당수익률과 매출성장률을 제외한 6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5점)을 받았다. 영업이익성장률을 비롯해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항목이 여기에 포함돼 있다. 해당 항목 수치가 KRX 300 소속 비금융사(277개)의 지난해 재무 지표 평균치보다 20% 이상 우수하다는 의미다.
한 자릿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이 마이너스(-)인 무차입 경영 기조는 재무 건전성 지표에서도 모두 최고점을 기록할 수 있게 한 배경이 됐다. 이자 비용이 없어 이자보상배율 항목은 채점되지 않았다. 매출성장률 항목에서 1점을 받은 건 2022년 달성한 900억원대 매출이 지난해까지 그대로 유지된 탓이다.
◇1점대 지표 수두룩, '구성·견제기능' 개선 과제 ‘경영 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지표는 모두 평균 1점대다. THC CFO '2024 이사회 평가‘의 평가 대상 전체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최하위권 수준이다.
그 중 점수가 가장 낮은 지표는 ‘견제 기능’이다. 총 9개 평가 항목 중 7개 항목에서 최저점(1점)을 받았다.
대부분 이사회가 독립 기구로서 회사 내부 경영진을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느냐에 관한 항목이다.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회의 개최 여부와 △부적격 임원 선임 방지 정책 여부 △내부 통제 업무 조직의 이사회 통제 가능성 △감사위원회 설립 여부와 감사위원의 전문성 여부를 묻는 모든 질문에 최저점으로 일관해야 했다.
이사회 ‘구성’ 지표에서도 미비점이 드러났다. △사외이사 비율이 50%에 못 미치는 점과 △이사회 내 소위원회가 없다는 점 △이사회 역량 구성표(BSM) 관리가 되지 않는 점이 지적됐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상장사로서의 이사회 구성에 관한 기본 의무만 준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상장사로서의 기간이 짧아 운영 노하우가 쌓이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불리한 요건으로 작용했다. 상장 3년차로 접어드는 내년 이후 기가비스의 이사회가 개선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