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가 또 다시 사모 신종자본증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더블 A급 이슈어로서 공모 회사채의 활용도가 높은 회사였지만 지난 6월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조달 카드 선택지가 좁아졌다.
최근 3년간 누적된 차입 부담을 완화하고자 지난 3월 영구채를 찍었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체감하지 못했다. 보다 타이트하게 재무 구조를 관리하기 위해 추가 발행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두 번째 사모 영구채…'부정적' 아웃룩에 공모 조달 '부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30일 15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내달 4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과 735억원 규모의 외화채 만기가 도래하면서 발행 전부터 증권사들과 접촉해 발행 스케줄을 조율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대신증권, 키움증권이 주관을 맡았다.
롯데지주가 사모 영구채를 찍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도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과 함께 2000억원 규모의 사모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대기업 지주회사가 영구채를 취급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올해 롯데지주가 첫 신호탄을 쏘았다.
그만큼 공모채 카드를 활용할 여력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연초 공모채 수요예측에서는 오버부킹을 달성했지만 지난 6월 아웃룩이 '부정적'으로 강등되는 이벤트를 겪으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롯데케미칼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비우량 등급인 A+로 추락하기까지 단 한 노치만을 남겨둔 것이다.
신평사들의 등급 하향 트리거도 건들고 있어 기관 입장에서는 롯데지주의 회사채에 투자할 유인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일 기준 AA- 3년물 금리는 3.4%대인 반면 동일 만기의 A+ 금리는 3.8%에 육박한다. 자칫 등급이 강등되면 기관들이 40bp에 가까운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롯데지주도 좌시할 순 없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신용등급 아웃룩 등을 고려했을 때 공모채 발행을 추진하기에는 목표 모집액이나 금리를 받는 데 제한이 되는 측면이 있었다"면서 "여러 조달 방식이 있었지만 신종자본증권 금리 조건이 괜찮아 발행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1분기 2000억 발행에도 재무 개선 '요원'…이자 부담도 '과제'
설령 공모채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롯데지주가 재무 구조 개선에 주력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선뜻 추진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3월 말 한국신용평가가 집계한 별도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98.3%, 43.6%다. 수치상 심각하다고 보긴 힘들지만 최근 3년 간 증가 추세라는 것은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모 영구채는 가장 적합한 선택지였을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별도 기준 약 1672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환으로 충당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규모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연 5% 수준의 이자 비용만 지불한다면 재무 건전성을 평탄하게 유지하면서 정상적인 차환이 가능하다.
지난 3월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사모 영구채를 찍었지만 여전히 재무 구조를 신경써야 할 니즈가 컸기에 한 차례 더 발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신평이 지난 3월 집계한 롯데지주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에는 영구채 발행에 따른 자본 증가 효과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차입을 더 크게 일으킨 까닭에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려웠다.
상반기 실적도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는 데 역부족이었다. 별도 기준 롯데지주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1342억원이지만 2분기 들어 계열 투자 지분에 1000억원이 넘는 손상 차손이 발생해 657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따라서 한동안 타이트하게 재무 구조를 관리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자 비용 부담은 고민할 부분이다. 보유 영구채가 3500억원으로 불어나 단순 계산으로 매년 약 190억원의 이자가 발생한다. 실적 개선이 지연된다면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이라는 결과를 받아들 수 밖에 없다. 이는 영업이익으로도 이자 지출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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