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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압도적 경영성과' 실리콘투, 이사회 손질은 '과제'

경영성과 평점 4.6점 '모범적', 이사회 관련 평점은 1점대 기록

이영호 기자  2024-11-07 14:23:07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실리콘투는 화장품 무역·유통, 마케팅을 주력 사업으로 영위하는 코스닥 상장사다. 시가총액은 7일 기준 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화장품 섹터의 주요 상장사로 손꼽힌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 제품들을 해외 각국 시장에 수출하는 비즈니스모델을 바탕으로 'K-뷰티' 후광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기업이다. 덕분에 연간 실적과 주가 역시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THE CFO는 평가 도구를 바탕으로 실리콘투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평가 대상이 되는 시점은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다. △이사회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개선프로세스 △경영성과 등 여섯 개 지표가 평가 대상이다. 총 225점 만점에 실리콘투는 101점을 획득했다. 5점 만점으로 환산 시 평균 2.05점으로 집계됐다.


◇압도적인 주가상승률, 경영성과 '4.6점'

THE CFO 기준으로 실리콘투 평가는 명과 암이 극명하게 갈린다. 실리콘투 강점은 경영성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 지표에서 5점 만점에 4.6점을 기록하며 돋보이는 점수를 받았다. 1점을 받은 배당수익률을 제외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등 나머지 열 개 세부 지표에서는 5점 만점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실리콘투는 지난해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기에 배당수익률 면에서 최저점을 받았다. 모범적인 점수에서 옥에 티로 남았다. 이 점을 제외했다면 5점 만점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리콘투 투자자는 만족스러운 2023년을 보냈다.

실리콘투 주가수익률은 221%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상적인 주가 상승 폭을 보인 결과다. 국내 화장품 업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살아나는 기색을 보였다. 올해에는 완연하게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투 주가 역시 이와 연동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금번 평가에는 빠졌지만 올해에는 실리콘투 주가 상승폭이 더욱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52주 기준 최저가는 7340원이었지만 최고가는 5만4200원이다. 1만원선을 하회하던 주가는 올해 들어서야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 내년 이뤄질 THE CFO 이사회 평가에서도 실리콘투 경영성과 점수가 여전히 고점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경영성과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TSR 221.25%, 매출 성장률 107.45%, 영업이익 성장률 235.75%, 자기자본이익률(ROE) 32.86%, 총자산이익률(ROA) 22.07% 등을 기록했다. 섹터 성장세가 고스란히 회사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 : 네이버 증권

◇한계 명확한 이사회, 커진 몸집 따라 손질 시급

다만 이사회와 관련된 나머지 다섯 개 평가지표에서는 1점대 점수를 받았다. 5점 만점이란 점을 감안하면 1점대는 사실상 '낙제점' 수준으로 볼 수 있다. △구성 1.4점 △참여도 1.6점 △견제기능 1.7점 △정보접근성 1.3점 △평가개선프로세스 1.7점으로 집계됐다.

올해 주가가 크게 뛰면서 시가총액이 2조원을 훌쩍 넘는 거함으로 거듭난 실리콘투다. 거대해진 몸집 만큼이나 그에 걸맞는 이사회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차기 과제로 꼽힌다. 실리콘투 평점은 실적이 급성장하며 몸집이 단기간에 커진 코스닥 상장사의 전형적인 모습으로도 읽힌다. 경영성과는 우수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이사회 기능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이사회 관련 평가 중 평점이 가장 낮았던 지표는 정보접근성이다. 이사회, 개별 이사 활동 내역을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1점을 받았다. 외부인 입장에서는 실리콘투 이사들의 활동 면면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이사회 관한 내용이 전자공시에 투명하게 공개됐는지를 따져봤을 때 3점을 받았다. 공시를 통해 이사회 활동에 관한 간략한 내용은 공개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지배구조보고서는 전자공시, 홈페이지 등에서 따로 공개하지 않아 접근가능성 면에서 1점을 받았다.

주주환원정책을 충분한 기간을 두고 공시하는지에 대해선 1점을 받았다. 구체적인 주주환원정책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하기 힘들었던 점이 낮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었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 공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에서도 모두 1점을 받았다. 사외이사 추천 경로가 모호했고, 핵심지표 준수 여부를 미공시했다는 점이 각각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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