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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풀 꺾인' 실리콘투, 컨센서스 하회 주가 조정

최대 실적 불구 기대치 밑돌아, 3조 몸값 1.6조 '털썩'

이우찬 기자  2024-11-22 14:00:14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 상장사 실리콘투의 기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상반기 드높았던 상승세와 비교하면 하반기는 좋지 않은 흐름인데요. 큰 폭의 실적 성장세에도 주가는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실리콘투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36%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12% 빠진 점을 고려하면 지수보다 낙폭이 큰 편입니다.

1년 동안 보면 상반기와 하반기 흐름이 대조적입니다. 실리콘투의 상반기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6월28일 종가는 4만7000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2월28일) 종가 7710원과 비교하면 510% 상승한 셈이죠. 하반기에는 힘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3만~4만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해온 주가는 11월 들어와 2만원대로 내려갔습니다.

지금 주가는 52주 최고가인 5만4200원에서 50% 하락한 수준입니다. 다만 52주 최저인 7340원보다는 여전히 260% 이상 높기는 합니다.

하반기 주가 조정으로 시가총액도 많이 감소했는데요. 지난 21일 종가 기준 시총은 1조6000억원입니다. 상반기 기록했던 최고 몸값은 3조원을 상회했었습니다.

최근 3개월 동안 개인과 기관 매도 물량을 쏟아낸 반면 외국인은 매수 행렬에 나섰습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5만주, 178만주가량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은 약 240만주를 순매수했습니다.

◇Industry & Event

실리콘투는 2002년 10월 설립된 화장품 유통기업입니다. 기업 이름 '실리콘'에서 알 수 있듯 모태 사업은 반도체였는데요. 메모리 반도체 중간 유통업을 했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대기업 간 반도체 직접 거래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며 시장이 포화되자 창업자 김성운 대표는 2012년 화장품으로 업태를 바꿨습니다.

화장품을 직접 제조하는 기업은 아닙니다. 자사 플랫폼인 스타일코리안닷컴을 통해 K-뷰티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타일코리안닷컴은 일본, 러시아 등 각 나라에 맞게 스핀오프 사이트를 개설하며 현지화 전략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기업을 상대로 한 도매 매출을 뜻하는 CA(Corporate Account)에서 매출 대부분이 발생합니다.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의 86%가 CA에서 나왔습니다. 기업 고객은 실리콘투의 도매 사이트에서 120여개국 수요처의 실시간 재고와 주문배송 확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실리콘투는 기존 브랜드 확장과 신규 브랜드 성장을 위한 로컬 마케팅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판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 제품 추천과 큐레이션으로 현지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평가됩니다.

K-뷰티가 뜨자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실리콘투가 수혜를 입고 있는데요. 관세청에 따르면 2024년 5월까지 화장품류 수출액은 40억4000만 달러로 2023년 동기 대비 20.8% 증가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7억2000만 달러로 67.8% 늘었죠. 실리콘투는 매출의 33%를 미국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K-뷰티의 타깃 시장이 미국으로 옮겨가자 미국 유통망을 보유한 실리콘투 실적이 고공행진했습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는 실적입니다. 최근 실적은 지난 14일 공시됐습니다. 실리콘투의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5180억원, 영업이익은 1110억원입니다. 영업이익률은 21%입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37% 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폴란드,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를 비롯해 글로벌 매출이 고르게 일어났습니다.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속하고 있는데 실적 공시가 있던 당일 주가가 23% 빠진 점은 아이러니입니다. 지난 1분기 보고서 제출일이었던 5월9일에는 공시 이후 호실적이 주목받으며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었거든요.

◇Market View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성장 둔화인가 새로운 도약인가' 제목의 리포트에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장 예상을 뒤엎고 주가가 급락했다"며 "나쁘지 않은 실적에도 미국시장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실리콘투는 수익성이 낮은 아마존 풀필먼트 서비스 비중을 축소하고 고수익 CA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특정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특히 유럽과 아시아 시장 확대를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원을 유지했네요.

박은정·김다혜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15일 "분기 최대 실적이나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사의 3분기 매출은 1900억원, 영업이익은 426억원이었는데요. 컨센서스는 매출 2000억원, 영업이익 45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기대치와 비교하면 각각 10%, 6% 하회했다는 설명입니다. 하나증권도 아마존 관리 계정 축소를 언급했습니다.

◇Keyman & Comment

실리콘투의 키맨은 최대주주인 김성운 대표입니다. 올해 9월 말 기준 실리콘투 지분 31.09%를 보유하고 있죠. 1972년생인 김 대표는 부산대 복지학과를 졸업했고 1998년부터 2000년까지 기륭전자에서 일했습니다. 2002년 실리콘투를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5% 이상 주주로 김 대표의 배우자인 신은하씨가 있습니다. 신씨의 지분율은 8.08%입니다. 배우자를 포함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9.71%에 달합니다.

더벨은 김 대표의 생각을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 CEO의 경영 철학을 토대로 IR 담당이 설명한다는 입장입니다. IR 관계자는 "김 대표는 CEO로서 주가에 관해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다만 사업을 확장하고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준다면 주가는 그에 맞게 따라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더벨은 실적 당일 주가가 급락한 부분을 물어봤습니다. IR 담당자는 "주가가 떨어진 이유를 알기 어렵겠지만 그날 수급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며 "3분기 최대 매출을 비롯해 실적 성장세는 견고한 편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증권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한 아마존 풀필먼트에 관해서는 전략적 축소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아마존 홈페이지를 통한 사업은 매출 성장이 아닌 마케팅에 초점이 있었다"며 "유통기업으로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아마존 풀필먼트 사업은 정리하는 수순이며 CA 매출 증대에 집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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