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인하가 캐피탈사에 유동성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고금리 장기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캐피탈사의 조달환경이 악화했다. 고수익 자산을 적극적으로 취급하기 어려워지면서 수익성과 유동성도 바닥을 쳤다.
이번 금리 인하로 신규 발행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 캐피탈사의 경우 카드사보다도 조달 만기가 짧아 조달비용 하락 효과가 더 빠르게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금리 인하 수혜는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에 따라 양극화될 것으로 보인다. AA급 캐피탈사의 유동성과 조달 안정성은 개선되더라도 A급 이하 캐피탈사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인해 유동성 개선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캐피탈사 전체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도 과제다.
◇캐피탈사 25곳 이자비용, 지난해 대비 20% 상승 올 상반기 캐피탈사 25군데의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5269억원)보다 20% 증가한 1조8399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은 2021년 이후 줄곧 증가세다. 2021년 상반기 7415억원이던 캐피탈사 25군데 이자비용은 2022년 상반기 878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들어선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익성도 소폭 하락했다. 캐피탈사 25군데의 순이익은 1조558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824억원) 대비 1.5% 줄었다. 신용등급 AA급 12개사는 순이익이 1.6% 늘었지만 A급 이하 13개사에서 20.6%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사 조달비용 증가 배경에는 고금리 장기화가 자리잡고 있다. 캐피탈사는 주로 80% 이상을 회사채를 통해 자금을 빌려 운용한다. 이 때문에 금리 변화가 수익성과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금리가 본격 상승하던 2022년 이후 조달비용이 크게 늘면서 캐피탈사 수익성이 악화됐고 유동성 대응력도 떨어졌다.
캐피탈사들은 금리 인하로 조달부담을 한층 덜게 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조달환경이 개선되면서 채권 발행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건전성 개선에도 금리 인하가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한 국내 캐피탈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은행 금리가 떨어져서 자금 공급이 원활해지면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의 도산 확률이 낮아질 수 있다"며 "건전성이 좋지 않은 차주들의 연체가 회수될 가능성도 높아 전반적으로 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금리인하 수혜는 신용등급에 따라 양극화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용등급이 높은 AA급 캐피탈사가 금리 인하의 혜택을 가장 빨리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 3분기 들어 신용등급 AA급 캐피탈사의 회사채 신규 발행금리는 3.56% 수준으로 낮아졌다.
추가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면 내년부터 채권 발행에 따른 스프레드가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채권 발행 당시의 금리보다 만기 시점의 금리가 더 낮아지면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기대다.
반면 A급 이하 신용등급을 보유한 캐피탈사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즉각적으로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들어 신용등급 A급 이하 캐피탈사의 신용 스프레드는 지난해 말 대비 30bp(1bp=0.01%포인트) 내외로 줄었는데 이는 AA급 캐피탈사 대비 제한적인 수준이다. 부동산 PF 자산이 부실화하며 건전성과 수익성 저하 우려에 A급 이하 캐피탈채에 대한 투자 수요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급' 한국·한국투자캐피탈, 중점 모니터링 대상 특히 A급 이하의 캐피탈사들은 이번 금리 인하로 인해 자금조달 환경이 다소 개선될 수는 있지만 신용등급 하락 압력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 신용등급이 높은 캐피탈사들과 달리 낮은 곳은 자본 완충력이 부족하고 부동산PF 자산의 부실화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중점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은 한국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다. 단기차입 비중은 올 상반기 기준 58.3%으로 전년 동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AA급 단기차입 비중(40.4%)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최대주주인 군인공제회가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인수한데다 지급보증 한도도 7000억원으로 추가하는 등 유동성 대응능력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중점 모니터링 대상인 한국투자캐피탈 역시 신용등급 'A'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100% 자회사인 만큼 유사시 지원가능성을 고려해 1노치 상향된 신용등급을 받았다. 단기차입 비중은 59.3%로 AA급 캐피탈사보다 높다. 그간 지주보증을 통해 피어 대비 낮은 조달비용이 강점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부채의 차환금리가 상승하면서 이자마진이 줄었다. 부동산금융 부담수준이 높아 수익과 건전성 지표가 악화될 우려도 있다.
이번 금리 인하로 캐피탈사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전망이다.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은 즉각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등급이 낮은 캐피탈사들은 여전히 재무적 불안정성과 신용등급 하락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