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지배구조 투명성 확보와 이사회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 작년부터 이사회 역량지표(BSM·Board Skill Matrix)를 작성, 활용하고 있다.
사내이사들은 아무래도 LG전자 사업 내 전문성과 기업경영 쪽에 역량이 집중돼 있는 만큼 사외이사들을 통해 외부 신기술에 대한 전문역량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들여왔다. 해당 사외이사 구성은 LG전자가 최근 실내공간을 넘어 모빌리티·AI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 맞물린다.
다만 역량 외 이사회 기타 구성에서의 다양성은 아쉽다는 평이다. 국적 다양성이 부재하고 이사진의 연령도 50대 후반과 60대에 쏠려있다. 이사회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
◇조주완·권봉석 '기업경영' 역량 보유, CFO 이사회 입성도 '눈길'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에 나온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및 2024년 1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LG전자의 이사회 구성 및 활동한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67점으로 산출됐다.
BSM 역시 자체 기준으로 작성해 기업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주특기를 살펴봤다. LG전자가 지난 5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참고해 이사들의 전문분야를 BSM에 대입했다.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LG전자 사내이사 중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은 LG전자 CEO로 글로벌 시장 경험과 사업전략에 대한 전문성을 보유해 이사회 내에서 LG전자의 신사업 추진에 역할을 한다. 캐나다·호주·미국 등 해외판매법인장, 북미지역대표, CSO를 거쳐 CEO로 승진한 조 사장은 글로벌 사업 운영과 경영전략이 탁월한 인물로 평가됐다. CEO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도 사내이사 선임 배경이 됐다.
김창태 CFO가 사내이사에 포함된 점도 돋보인다. LG전자는 2000년대 초반 이래 재무를 총괄하는 임원을 이사회 일원으로 계속 참여시켰다. 자금과 회계 관리를 중시하는 LG그룹 전통과 맞닿아 있다. 지주사인 LG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이사회에 CFO를 계속 배치해 왔으며 경영상 중요 사안을 결정하면서 재무임원 의견을 적극 수렴했다.
지주사 LG 대표이사인 권봉석 부회장의 경우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의 비상임이사로 이사회에 입성했다. 권 부회장은 신사업기획, 경영관리, 상품전략, 생산 등 밸류체인 전반에 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LG그룹은 권 부회장이 전임 CEO로서 LG전자 사업현황에 대해 명확한 이해와 경험을 보유한 점, 계열사간 협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을 감안해 그를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따라 THE CFO의 자체 BSM상 조주완 사장과 권봉석 부회장은 기업경영 역량에, 김창태 CFO는 금융·재무 역량에 체크됐다.
◇4인 사외이사, 법률·재무·산업·기술 두루 분포
LG전자의 사외이사 4인(강수진·류충렬·서승우·이상구)은 모두 현재 강단에 서 있다는 공통 분모를 지녔다. 강수진 사외이사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류충렬 이사는 카이스트 금융전문대 회계학 부교수로 활동 중이다. 서승우 이사는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이상구 이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다.
다만 각 전문 역량은 모두 다르다. 강수진 이사는 대전·서울·수원지방검창철 검사와 법무법인 율촌·로고스에서 변호사 경력이 있는 법조인 출신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일할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카풀'을 하며 출퇴근한 경험 때문에 새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인 류충렬 사외이사는 재무회계, 재무제표분석 및 기업가치평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해온 인물로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자문위원회 위원 및 공시개선 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현재 예금보험공사 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해당 경력들은 류충렬 이사가 LG전자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장까지 맡게 된 배경이 됐다.
서승우 이사와 이상구 이사는 각각 스마트 모빌리티와 인공지능(AI) 전문가로 손꼽힌다. 서승우 이사의 경우 지능형자동차 IT센터장 및 국토교통부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차량 자율주행 기술에 매진해왔다. 이상구 이사는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LG전자는 LG전자는 모빌리티 산업이 최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급속히 전환될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로봇 분야도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SDR)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겪을 것으로 판단하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미래 신사업에 두 이사의 전문적 조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영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강수진 이사는 THE CFO의 자체 BSM상 법률·규제에, 류충렬 이사는 금융·재무 쪽에 전문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됐다. 서승우·이상구 이사는 각각 산업·기술 전문역량을 지닌 것으로 체크됐다.
◇30·40대 '전무', 국적다양성도 '미비'
LG전자는 이사회에 전문성과 경력, 역량이 검증된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BSM을 작성, 활용하고 있다. 이를 홈페이지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공개하고 있어 5점 만점에 5점이 부여됐다.
다만 아직 BSM상 이사회 구성이 아직 부족한 부분은 있다. LG전자의 이사진은 국적이나 연령 다양성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LG전자 이사들은 모두 한국 국적을 지녔다.
이사진 연령층은 50대 혹은 60대 초반에 포진해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모두를 포함한 이사진의 평균 연령은 58세다. 30대와 40대는 전무해 이사회에서 젊은 연령층의 전문가가 내는 의견을 들을 수 없다. BSM 다양성 측면에서 국적·성별·연령·타기업 경력 중 두 가지를 충족해 해당 지표에서 3점을 부여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