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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

아모레퍼시픽 '치우친' 육각형…경영성과 회복 '요원'

[총평]① 255점 만점 중 162점, 경영성과·평가개선 프로세스 '아쉬움'

권순철 기자  2024-10-11 09:36:43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국내 뷰티 톱티어로 군림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정체성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위권의 아모레퍼시픽에 있다. 뷰티 섹터 최상단에 위치한 기업으로서 아모레퍼시픽은 이사회에도 선진적인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사회를 육각형 모델로 평가했을 때 아모레퍼시픽은 이사회 구성, 참여도, 견제기능, 정보접근성 등에서 고른 점수를 받았다. 다만 별도의 평가개선 프로세스는 미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중국 사업의 부침이 이어진 까닭에 경영 성과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4개 지표 평균 4점대…이사회 구성·정보접근성 '두각'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지난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반기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아모레퍼시픽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62점으로 집계됐다.

아모레퍼시픽은 '구성'과 '정보접근성'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회사는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을 독립적인 사외이사로 채웠다. 또한 BSM(Board Skills Matrix)을 기반으로 이사들의 경력과 전문성을 평가해 주주들이 접근하기 쉽게 공개했다. 이런 조치들이 수반되면서 '구성' 부문의 점수는 평점 5점 만점에 4.2점을 획득했다.

정보접근성도 평균 4.2점의 우수한 성적을 냈다. 회사는 이사회에 관한 내용을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전자공시 방식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전반적인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얻은 가운데 사외이사 후보를 올리는 위원회에서 추천자에 관한 사항이 뚜렷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약점으로 꼽혔다.

이사들의 참여도와 견제 기능도 준수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사회 구성원들은 연간 출석률 90% 이상을 자랑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위원회 외에 기타 위원회 회의도 연간 9회 이상 개최됐다. 이사들에 대한 정기 교육도 연 4회 이상 실시되면서 참여 부문이 평균 4점을 획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견제 부문은 평균 3.7점을 받았다. 이사회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을 포함해 부적격 임원의 선임 방지, 내부거래 통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사외이사들이 진행하는 회의 대부분에 경영진이 포함돼 있고 이사들에 지급하는 보수가 주주가치 제고 성과와 연동된 케이스가 없어 평균 4점을 넘기진 못했다.


◇경영성과 부진 '지속'…평가개선 프로세스 마련도 '과제'

아모레퍼시픽의 발목을 잡은 항목은 단연 '경영성과'다. 55점 만점에 19점을 받으면서 평균 1.7점에 그쳤다. 동종업계인 LG생활건강(2.1점)보다 낮았으며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30위권에 위치한 기업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열위한 점수를 기록했다.

재무건전성 지표 외에 전반적으로 점수가 좋지 않았다. 경영성과 지표로는 매출성장률,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을 선정했는데 지난해 기준 매출성장률과 영업이익성장률은 마이너스(-)였다. ROE와 ROA는 각각 3.6%, 2.98%를 기록했지만 KRX300 소속 비금융기업의 2023년도 평균치를 하회해 1점에 그쳤다.

투자 지표도 마찬가지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과 총주주수익률(TSR)은 2.04%, 8.1%로 역시 평균치를 하회해 1점을 받았다. 0.63%의 배당수익률과 7.41%의 주가수익률도 평균에 다다르기까진 한참 모자라 최하점을 면치 못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의 성과가 미진한 측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근래 뷰티 섹터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관심이 다시 타오르고 있음에도 중국 소비자들의 수요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영업이익(1082억원)은 3년 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성과 외에도 이사회 평가개선 프로세스가 미비해 아쉬움을 남겼다. 아직 이사회 활동에 관한 외부평가, 자기평가 등의 챌린지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향후 평가 체계를 조직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피드백을 제공하는 시스템의 정착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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