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반도체·이차전지의 소재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SKC가 4년만에 공모채 시장을 찾는다. 그동안 A급 신용도에 부담을 느껴 발행을 주저했지만, 최근 기준 금리 인하를 앞두고 채권 금리 레벨이 낮아지면서 조달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SKC는 사업재편으로 인해 투자 실탄 확보 필요성이 높아질대로 높아진 상태다. 반도체 소재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만큼 향후 적극적으로 공모채 시장을 찾을 것으로 관측된다.
◇채권 금리 하락에 4년만의 복귀전, 최대 2000억 조달 IB업계에 따르면 SKC는 이달 중 2년물과 3년물로 총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오는 21일 수요예측을 거쳐 29일 발행이 유력하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의 증액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SK증권이다. 이번 주관사에선 직전 멤버에서 삼성증권이 제외됐다.
SKC는 더벨이 발행내역을 집계한 2010년부터 매년 공모채를 발행해온 이슈어다. 한 해에 1~2회 시장을 찾아 운영과 채무 상환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2018년에는 2월과 10월 두 차례 공모채 시장을 찾아 각각 15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조달했고, 2019년 2월에도
2000억원을 공모채로 마련했다.
하지만 2020년 이후부턴 공모채 시장에 한동안 출현하지 않았다.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선뜻 발행시장을 찾지는 못했던 것이다. 기존 발행금리는 2%대 수준에서 형성됐다면 한동안 4% 넘는 조달금리가 형성됐던 탓이다. A급 신용도에 비용적 부담을 느낀 만큼 조달을 선뜻 결정할 수 없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SKC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고 있다.
사모채 시장으로 눈을 돌려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2021년 2월에는 처음으로 사모채 시장에서 2년물과 7년물을 각각 700억원, 5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당시 금리가 2년물 1.80%, 7년물 2.95%로 정해졌다. 공모채 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직전년도 공모채 발행 당시 산정한 금리는 2년물 2.32%, 5년물 2.57%였다.
하지만 이후에는 사모채 시장도 찾지 않았다. 당시 코로나19로 인한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사모채를 발행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SKC는 인더스트리 소재사업 분할 매각을 계기로 당시 발행한 2년물 사모채를 조기상환하기도 했다.
◇신사업 투자 실탄 확보 '스타트' SKC는 2020년대 들어 시작한 사업 재편으로 인해 투자 실탄 확보 필요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과거 필름과 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영위해왔지만, 2019년 전기차 배터리 필수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KCFT 인수를 발표했다. 2020년 초 1조1900억원을 들여 거래를 마친 뒤 SK넥실리스로 이름을 바꿨다.
SKC는 SK넥실리스의 동박 투자는 물론 반도체 소재 관련 투자금을 영업 활동에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주로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SKC는 2027년까지 4조원이 넘는 영업활동현금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밖에 필요한 자금은 보유 현금에 자산 유동화와 정책 금융, 정부 보조금 등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SKC는 반도체 소재도 신사업으로 육성 중이다. 2021년 2억4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입해 미국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투자사 앱솔릭스(Absolics)를 설립했다. 지난달 27일에는 5200억원을 들여 반도체 테스트 솔루션 기업 ISC를 인수했다.
올해 7월 인베스터 데이(Investor Day) 행사를 열어 신사업 투자 전략을 밝히기도 했다. 우선 2027년까지 5조~6조원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실시할 예정이다. 4조원을 들여 반도체와 이차전지 소재 글로벌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추가로 1조~2조원을 투입해 M&A(인수합병)를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