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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신약개발은 전체적인 R&D와 상업화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지만 의외로 개별 의사결정은 촌각을 다툴 때가 많다. 개발 타임라인 준수와 글로벌 상업화를 위해 필요한 순간마다 빠르고 적확한 판단을 내려야 동류의 신약을 개발하는 경쟁사를 물리칠 수 있어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오너를 포함한 '특정 맨파워의 그립감'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셀트리온은 1세대 바이오로 해당 트렌드를 따라 충실히 성과를 쌓았다. 대신 신약개발에 해당하는 경영 외 부분은 전부 사외이사에 일임했다. 12명의 이사진에 대한 역량 검증을 BSM(Board Skills Matrix)을 채택해 활용했다.
◇사내이사진, '오너일가와 역전의 용사들'로 채웠다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2023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사업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셀트리온의 이사회를 평가한 결과, 255점 만점에 157점으로 산출됐다.
이사의 '구성'과 역량을 측정하는 BSM도 자체 툴도 작성했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 이사회 구성원의 역량과 주특기를 살펴봤다. 셀트리온이 지난 5월 발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참고해 이사들의 전문분야를 BSM에 대입했다. 각각 △기업경영 △금융·재무 △법률·규제 △산업·기술 △국제경영·통상 △ESG 등 7개 지표를 기준으로 삼았다.
먼저 셀트리온이 제시한 BSM의 지표를 살펴보면 핵심 지표를 △경영 △산업 △재무 △법무 △해외진출 △사회까지 총 6개로 뽑았다. 그 중 사내이사의 역량은 대부분 경영과 산업에 집중돼 있다. 서 회장을 포함해 사내이사들은 주요 셀트리온 사업부문의 수장들이다. 대부분이 초창기부터 서 회장과 손발을 맞추면서 커 온 인물들이다.
오너인 서 회장은 바이오 비전공자임에도 맨몸으로 시작해 지금의 셀트리온을 키운 입지전적 인물이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이사 부회장 역시 회사 초창기부터 서 회장과 함께 활동한 인물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 회장의 대표적인 복심으로 꼽힌다.
서진석 대표는 오너 2세로 1984년생이다. 카이스트(KAIST) 생명공나노과학기술대학원 석·박사 출신이다. 바이오 업계로 보면 오너일가란 수식어를 뛰어넘을 전문성을 갖췄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김형기 대표의 경우 그룹 통합 과정에서 셀트리온 사내이사로 합류했다. 셀트리온은 그를 경영·산업 부문과 서 회장과 함께 해외 진출 전문가로 평가했다.
셀트리온 사내이사의 업무 역량에 대한 THE CFO의 자체 평가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 회장의 경우 그룹 통합 이후부턴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장을 위해 장기간 해외 체류 중이다. 현지를 직접 돌며 현지 키닥터(Key-Doctor)와 접촉하며 판로 확장에 힘쓰고 있다. 김형기 대표 역시 셀트리온헬스케어에서 글로벌 판매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
◇경영 외 역량 부분은 사외이사 일임, 다양한 인사 스펙트럼 셀트리온의 사외이사는 총 8명이다. 각각 교수 출신 2명, 회계법인 출신 2명 금융권 출신 1명, 법조계 출신 1명, 관료 출신 1명 ESG전문가 1명이다.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사외이사에 다양한 주특기를 가진 인물을 배치한 게 특징이다.
고영혜·유대현 사외이사는 각각 성균관대와 한양대학교 의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이다. 임상이라는 특수한 영역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 및 산업 색채에 맞춰 의학 전문가를 배치했다. 고 사외이사는 임상병리 전문가이고 유 사외이사는 셀트리온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이자 램시마가 타깃하는 류마티스 치료 분야의 권위자다.
이재식 사외이사와 최원경 사외이사는 회계 전문가다. 각각 이 사외이사는 KPMG삼정, 최 사외이사는 PWC삼일 등 빅펌을 거쳤다. 한국거래소에서 상장폐지실질심사위원장을 역임한 이 사외이사는 셀트리온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원경 사외이사는 사외이사 중 유일한 1970년대 생이다.
이순우 사외이사는 금융권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푸르메재단 산하 넥슨어린이재활병원 이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은 국내 인프라가 열악한 어린이 재활 영역에서 사회적으로 크게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르메재단이 공익법인 가운데서 높은 평가등급을 받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 밖에 이중재 사외이사는 대형 로펌 김·장 법률사무소를 거친 법률 전문가이며 최종문 사외이사는 주스리랑카 대사와 외교부 2차관을 역임했다. 김근영 사외이사는 ESG 부문 전문 역량을 갖춘 인사로 분류된다. 김 사외이사는 셀트리온이 소재한 인천(송도)에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을 쌓아 온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