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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 그룹 중국 선양 철수에 회계상 손실 '쓴웃음'

상반기 1053억 출자 처리, 손상차손 기 반영 탓 현금 유출 없어…현금흐름·순손익 악영향

신상윤 기자  2024-09-25 14:38:11
롯데건설이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의 중국 선양 프로젝트와 관련해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장부에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그룹이 중국에 롯데타운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려다 철수한 프로젝트다.

현지 법인 청산을 위해 자금을 조달했던 다른 계열사들과 같이 롯데건설도 출자에 참여했다. 다만 이번 출자는 현금 유출이 없는 단순 회계상의 출자로 현금 유출로 인한 실질적 재무 부담은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상반기 홍콩에 설립된 법인 'Lotte Properties(Shenyang)' 자본금 증자에 1053억원을 출자했다. 홍콩법인은 비거주용 건물 개발 및 공급을 주요 사업으로 한다. 롯데그룹이 중국 선양시에 롯데타운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했다.

중국 선양 프로젝트는 홍콩법인이 100% 지분을 가진 중국 현지의 자회사 'Lotte Glory Properties(Shenyang)'가 개발 주체다. 롯데그룹이 홍콩법인에 자금을 모아 중국 회사로 출자해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중국 선양 프로젝트는 롯데그룹 계열사 다수가 참여해 테마파크 등을 조성하는 핵심 사업이었다. 실제로 홍콩법인 주주로는 롯데자산개발(37.17%)과 롯데건설(31.37%), 롯데쇼핑(17.93%), 호텔롯데(13.53%) 등이 참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드(THAAD) 이슈 등 한국과 중국 간 정치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 사업은 순항하지 못했다. 결국 롯데그룹이 철수하기로 결단하면서 롯데건설은 2022년 홍콩법인 출자 지분을 전액 손실로 인식해 둔 상황이다.

다만 홍콩법인의 청산도 순탄하진 않았다. 개발 진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부채를 떠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에 빠진 홍콩법인을 청산하기 위해 롯데그룹은 홍콩법인에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이에 올해 5월 롯데건설을 포함해 홍콩법인의 주주사들이 일괄적으로 보유한 지분율 만큼 출자를 단행해 청산 절차를 밟았다.

롯데건설이 홍콩법인에 출자한 금액은 1053억원에 달한다. 건설 부동산 경기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시장의 위축으로 경색돼 있는 가운데 우발채무 부담이 적지 않은 롯데건설로도 재무 부담이 상당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은 이번 홍콩법인 출자가 회계상의 수치 변화로 현금 유출 등의 리스크는 많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22년 출자 지분을 전액 평가손실 처리한 상황인 만큼 이번 출자가 영업외 비용으로 반영되지만 현금 유출이 없는 계정에 분류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말 롯데건설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선 홍콩법인 출자분이 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 중 '관계회사 주식 손상차손'으로 회계 장부에 반영됐다.

물론 이로 인해 롯데건설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올해 1분기 플러스(+) 1167억원에서 상반기 마이너스(-) 3086억원으로 바뀌는 영향을 줬다. 결과적으로 롯데건설이 올해 2분기 순손실로 전환한 배경이긴 하지만 회계상 반영된 수치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 진행했던 중국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와 관련해 홍콩법인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주주사들이 회계 처리한 것"이라며 "실제론 현금이 유출된 거래가 아닌 회계상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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