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이 사모채, 기업어음(CP) 발행 행렬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관들의 투심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번달 공모채 발행에 나섰지만 목표했던 신고액을 채우지 못하는 등 여전히 투자자들의 시선은 차갑다.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도권에 국한된 경기 회복을 전체 업계의 미분양 리스크 해소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는 평가다.
◇건설사 사모채와 CP 조달 지속, 공모채는 미매각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사모채나 기업어음(CP) 위주로 조달하고 있다. 최근 한달 발행된 사모채를 살펴보면 한양은 9월23일과 10월14일 두번에 걸쳐 1년물 490억원을 조달했다. KCC건설(2년물 890억원)은 11일, 이수건설(80일물 60억원)은 8일 회사채를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해당 사모채들은 금리가 높은 편이다. 한양의 9월23일 발행분은 8.5%, 10월14일 발행분은 8.1% 금리가 적용됐다. 각 사모채 발행 직전거래일의 'BBB+'등급 사모채 1년물 민평금리는 5.769%, 5.742%다. 등급금리에서 2.3%p가 넘는 금리를 얹어 발행한 셈이다. KCC건설(6.5%)의 발행금리도 민평금리보다 0.9%p 정도 높다. 이수건설의 개별 민평금리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행금리는 7.7%로 역시 낮지 않다.
최근 한달을 기준으로 했을 때 CP 발행도 활발하다.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는 18일 나란히 2000억원, 250억원 각각 발행했다. 동부건설(17일 115억원, 2일 100억원), 롯데건설(10일 1000억원), 쌍용건설(9월30일 50억원) 등도 CP를 찍었다.
반면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곳은 롯데건설 뿐이다. 롯데건설은 18일 공모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지 못했다. 1500억원 모집에 1210억원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하나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6개 증권사로 구성된 대형 주관사를 꾸렸지만 완판은 무리였다.
미매각이 발생하긴 했지만 직전 발행 때보다 상황은 긍정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7월 발행 때는 절반 정도 미매각이 났었는데 이번에는 80% 넘게 주문이 들어왔다"며 "흐름 자체는 개선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건설은 민평금리보다 희망금리밴드 상단을 1%p 가까이 높여 제시했지만 신고액을 채우지 못했다. 14일 기준 롯데건설의 민평금리가 2년 4.47%, 3년 4.56%인데 롯데건설은 각각 5.1%~5.4%, 5.4%~5.7%를 희망금리밴드로 내놨다.
그렇다고 해서 공모채 시장이 침체된 것은 아니다. 지난주에는 공모채 수요예측에 10조원이 넘는 주문이 쏠렸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하락 이후 대부분의 공모채 수요예측 흥행하고 있다"며 "업황이 부진한 일부 섹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군에 대한 투심은 좋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공모채 발행 건설사는 그룹 소속의 대형건설사로 한정된다. 하반기 발행된 공모채는 DL이앤씨가 7월9일 발행한 2000억원, 롯데건설이 7월26일 발행한 1500억원, SK에코플랜트가 8월2일 발행한 1370억원, 삼성물산이 9월10일 발행한 5000억원 등이 있다.
◇PF 리스크 해소, 주택경기 개선 아직 멀었다 건설사에 대한 여전한 비우호적 시선은 PF 우발채무 리스크와 영업자산 회수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3년 하반기부터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 미분양물량이 해소되는 등 분양여건이 회복되고 있지만 건설사들의 사업포트폴리오 구성상 수도권에 국한된 경기 회복이 본격적인 미분양 리스크 해소로 연결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등급보유 건설사의 분양형 진행사업장에서 지방 현장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도 미분양이 상대적으로 많은 외곽 지역을 포함하면 60%를 상회하고 있다. 또한 향후 공급 예정사업장 중에서도 지방이 과반을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등급보유 건설사 합산 PF보증은 27조1000억원(도급사업 17조6000억원, 정비사업 9조5000억원)으로 2023년 말과 비슷하다.
PF보증의 질적 구성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신평이 최근 시장 변화를 반영해 건설사 PF보증을 다시 분류한 결과 위험수준이 ‘높음’ 이상으로 판단되는 PF보증 규모는 약 12조원(분석대상의 45%)으로 지난해 말 수준(11.7조원, 44%)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