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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위 톺아보기

엔씨소프트, 주주가치와 따로 노는 경영진 보상정책

재무·신작성과에 초점, 김택진 사내이사에 편중…주주지표와 연동 안돼

원충희 기자  2024-09-03 10: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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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것은 인재다. 인적자원에 대한 보상체계에 따라 회사 내 사기와 '맨파워'의 위력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특히 경영진과 등기이사 보수체계는 객관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에서 심의·의결이 이뤄진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보수위원회를 설치, 이사회 선진화를 꾀하는 곳도 있다. 기업별 임직원 보상정책과 보수위원회 운영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엔씨소프트는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의 100억원대 연봉으로 유명한 곳이다. 스톡옵션 등 없이 이 정도 받는 것은 게임업계는 물론 재계를 통틀어 수위권에 이르는 보상규모다. 이는 이사회 내 설치된 보상위원회의 정책에 따른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보상정책은 단기성과의 경우 재무와 전략목표를, 장기성과의 경우 새로운 게임 IP(지식재산)의 성과가 일정수준에 도달할 경우를 기준으로 한다. 다만 주가와 연계된 지표는 없다. 최근 4년간 엔씨소프트의 주주가치 지표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음에도 임원보수와 연동되지 않은 이유다.

◇보상위원회 전원 사외이사, 재무·신작에 맞춰진 보수정책

엔씨소프트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감사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 중 임직원 성과평가와 보수 관련 정책은 보상위원회에서 담당한다. 6월 말 현재 보상위원회는 이재호 오스템임플란트 최고재무책임자(CFO), 백상훈 BnH 세무법인 대표이사, 최영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등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돼 있다.

보수체계는 급여와 단기인센티브, 장기인센티브, 특별 장기기여인센티브로 나뉜다. 급여는 동종업체와 임원 페이밴드(Pay Band) 등에 결정되는 기본급 개념이며 단기인센티브는 매출액, 영업이익 등 재무목표와 전략과제 달성도를 종합 평가한다. 장기인센티브는 회사 성장 가치수준과 이에 대한 기여도 등을, 특별 장기기여인센티브는 새로운 게임 IP 출시와 신규 IP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이익을 달성한 경우 여기에 기여한 임직원에게 제공된다.

다만 배당수익률, 주가수익률 또는 총주주수익률(TSR) 등 주주가치와 관련한 지표는 보상체계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엔씨소프트 주주가치와 임원보수가 연동되지 않고 따로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2020년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보수 한도를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증액한 뒤 그 해 184억원을 사내이사인 김택진 대표에게 지급했다. 당시 엔씨소프트 이사회는 7명으로 사내이사 1명(김택진 대표), 기타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6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사내이사 1명에게 보수한도의 92%가 쏠렸다.


그때만 해도 언택트 열풍을 타고 엔씨소프트의 실적과 주가 모두 좋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다. 2020년 매출은 2조4162억원, 영업이익 8248억원, TSR은 73.67%를 기록했다. 하지만 언택트 수혜가 꺼지고 난 뒤에는 김 대표의 보수규모와 주주가치가 같이 움직이지 않고 엇갈렸다.

◇지난 4년간 주주가치 급락, 경영진의 TSR 제고 유인 떨어져

2021년에는 김택진 대표의 연봉이 106억원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그 해 TSR은 마이너스(-)33.7%로 최고경영자(CEO) 보수와 주주가치가 같이 떨어졌다. 그러나 2022년 김 대표의 연봉은 123억원으로 다시 오른 반면 TSR은 -31.8%로 여전히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해에는 김 대표의 보수가 72억원으로 감소했으며 TSR은 -43.5%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경영진 보상과 주주가치가 같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재무성과와 게임 IP에 초점을 맞춘 이 같은 보수체계는 주주가치 제고의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런 탓에 경영진 보상과 주주가치가 괴리를 보이며 투심이 이탈하는 악순환 위험이 커진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2년 임원 보수와 성과 간의 관계(Pay vs Performance)에 대한 공시규제를 도입했다. 주요 임원보수와 핵심 재무성과 상관관계를 주주 및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라는 의도다. 이때 핵심 지표 중 하나가 TSR이다. 자사뿐만 아니라 동종업계의 TSR도 함께 분석해 공시해야 한다. 피어그룹 대비 주가가 뒤처져 있지 않은지,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회사가 책정한 임원 보수가 적정한지 투자자가 직접 판단할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게임사 특성상 신작이 대박나면 주가가 오르기는 하지만 매번 대박날 수도 없고 엔씨의 경우 2020년 90만원 후반대였던 주가가 현재 18만원까지 급격히 떨어진 것을 보면 주가방어에도 거의 실패한 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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