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엔씨소프트,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현금성자산

반기 EBITDA도 1000억 아래로… 신작 호연 등 IP 확장+체질개선 거는 기대

최은수 기자  2024-09-02 15:21:35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엔씨소프트의 현금성자산이 5년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다만 게임업계의 초호황기로 불리던 코로나19 팬데믹 특수가 끝난 영향으로 보기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감소 추세가 심상치 않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 야심작인 호연 등 새로운 라인업을 통해 기존 캐시카우 리니지 시리즈와는 다소 다른 길로 나갈 예정이다. 당장 수익성은 줄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두고 지적재산권(IP)과 파이프라인을 새롭게 구축할 전망이다.

◇팬데믹 전으로 돌아간 유동성… EBITDA는 10년내 가장 낮아

올해 상반기말 기준 엔씨소프트의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5532억원이다. 전년 동기인 2023년 상반기 1조9936억원보다 22% 감소했다. 당장 유동성에서 갈급을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감소 규모로 보면 적잖은 수준이다.


엔씨소프트의 현금 보유량은 2022년 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다. 2020년 코로나19로 시작된 팬데믹 최호황기를 지날 당시 회사의 현금보유고는 2조원을 웃돌기도 했다. 올해 상반기 말 엔씨소프트의 현금 보유량은 팬데믹 특수가 시작되기 직전인 2019년 약 1조6000억원 수준으로 돌아갔다.

엔씨소프트의 현금성 보유량이 줄어든 배경엔 영업의 효율이 낮아진 데 있다.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약 4년 간 엔씨소프트의 연평균 EBITDA/마진율은 25%였는데 올해 반기는 절반 수준인 11.8%다.

당장 벌어들인 돈 자체도 줄었다. 직전 10년 간 엔씨소프트의 EBITDA는 단 한번도 2000억원을 밑돈 적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EBITDA는 807억원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 시 2012년 1188억원을 번 이후 가장 저조한 현금창출력을 나타낼 전망이다. 최근 수익성 하락의 이유가 단순히 코로나19 특수가 끝났기 때문은 아니란 추론이 가능하다.

◇리니지 스타일 답습 대신 "신규 IP 체질개선"

게임업계는 수익화가 가능한 지적재산권(IP) 하나를 확보하기까지 수년 이상의 투자와 R&D를 이어 간다. 여러 개의 파이프라인(게임)의 출시 시기를 순차적으로 배치하는 사업 모델이 핵심이다. 현금창출력이 줄어드는 것은 앞서 출시한 게임과 장기간의 R&D를 거쳐 IP로 확립한 수익창출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의미다.

엔씨소프트가 신규 IP와 기존 작품의 부진을 내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점은 위안거리다. 더불어 기업이 스스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 EBITDA 감소를 어느 정도 감내하고 신작 라인업을 배치하고 있는 점도 들여다볼 지점이다.

먼저 최근 내놓은 기대작 '호연'은 그간 엔씨소프트의 사업 모델인 '과금을 많이 할수록 강해진다(Pay To Win, P2W)'는 논리를 비교적 덜 따르고 있다. 통상 엔씨소프트의 게임은 과금을 통해 게임 유저의 위치가 높아지고 다른 이용자 간 편차를 벌리는 데에서 주는 효용감을 수익 모델에 활용했다.

P2W 게임은 그 안에서 택하는 전략이나 협업 등 게임적인 요소보다 비게임적 요소에 무게가 실린다. 즉 사실상 과금에 얼마나 비용을 투자했느냐에 따라 게임 내 유저의 순위가 달라지는 식이다.

이 점은 MMORPG로 요약되는 엔씨소프트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있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선 리니지의 과금모델을 탑재한 게임을 꼽아 '리니지라이크'라는 새로운 게임 장르를 명명하기도 했다.

호연의 경우 과금을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요소를 많이 탑재한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엔씨소프트의 최근 수익성 부침에 '리니지라이크'에 피로도를 느낀 유저들의 이탈 때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것도 고려한 모습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기대작 하나보단 주요 라인업과 신규 IP를 내년에 선보이고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IP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타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와 국내외 파이프라인 및 게임 색채의 다각화를 통해 체질 개선에 힘쓰는 시기"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