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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레이팅' 지엔씨에너지, 투자 고삐 죈다

'대안 에너지' 이슈 선점, 3~4월 기점 폭등 '공격적 투자 예고'

조영갑 기자  2024-08-13 16:04:41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국내 비상용발전기 톱티어 제조사인 지엔씨에너지가 올해 들어 '리레이팅(가치 재조정)'을 받는 형국입니다. 최근 미국 AI 빅테크 불황 우려감이 낳은 증시패닉 탓에 다소 상승세가 꺾인 상황이지만, 1년 주기 그래프를 놓고 보면 완연하게 반석에 올라선 모양새네요. 마치 우리나라 백두대간의 지형선을 닮았습니다. 완만한 평지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높은 산맥이 형성되는 구간 말이죠.

지엔씨에너지의 변곡점은 지난 3월 말~4월 초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3000~4000원 대의 박스권에 장기간 갇혀 있어 솟을 줄 몰랐던 그래프가 이 시점을 분수령으로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미미하던 거래량이 이 시점을 시작으로 크게 붙기 시작합니다. 10만주 내외의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다가 3월 중순 380만주 거래량이 붙더니 하순 700만주, 900만주 등 불길이 솟기 시작합니다. 매수세가 압도하면서 주가도 순식간에 하늘로 치솟게 되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시장의 분석이 다소 엇갈리지만, AI 관련 빅테크 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마중물로 작용한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가 견인하는 'AI 반도체'가 시장의 화두가 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광대역 데이터센터, 전력 관련주가 조명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이 시기 진흙 속에 숨어 있던 진주로 지엔씨에너지가 호출된 셈이죠.

지엔씨에너지는 IDC(인터넷데이터센터)용 비상발전기 시장을 약 75% 점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AI 반도체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 전송량과 전력 소모가 폭증함에 따라 데이터센터 내 비상용발전기의 수요 역시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죠. 실제 지엔씨에너지는 지난해 말 대규모 데이터센터 물량을 수주한 이력이 있습니다.


◇Industry & Event

지엔씨에너지는 1989년 안병철 대표가 개인사업자로 설립, 1993년 법인전환한 기업입니다. 30년 이상의 업력을 바탕으로 건물 비상용 발전기를 비롯, 발전소 및 플랜트용, 선박용 등 다양한 비상발전기를 제작·공급하고 있습니다. 국내 비상발전기 제조 부문의 톱티어 사업자로 평가됩니다.

2013년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2022년과 지난해 초까지 팬데믹 장기화의 여파로 전력 소모량이 급증하면서 비상전력의 수요도 증가, 지엔씨에너지의 자가 발전 시스템이 주목 받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빅테크의 데이터센터(IDC) 투자가 확대되면서 이 수혜를 온몸으로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수주한 PO(구매주문)이 대표적이겠네요. 지엔씨에너지는 지난해 10월 KT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300억원의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LG CNS와 252억원의 고양삼송 IT플랫폼센터 발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기존에도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는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이렇게 대규모 공급계약이 연이어 터진 것은 근래의 일입니다. 지엔씨에너지가 IDC 비상발전기 시장에서 그만큼 존재감을 다지고 있다는 방증일 겁니다. 최근에는 도심이 아니라 시 외곽이나 지방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어 물량의 크기와 마진율 역시 커지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이익률이 치솟을 수 있다는 이야기죠. 실제로 2022년 4.10%에서 지난해 6.62%로 개선됐네요.

지엔씨에너지는 2022년 말 자회사를 매각해 투자 재원을 확보했습니다. 지엔원에너지(현 지오릿에너지)를 FI 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약 4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했죠. 이 종잣돈을 갖고 다양한 투자에 나서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사업을 물적분할하고, 지오릿에너지 매각 자금을 투입해 연료전지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SI(전략적 투자자)를 끌어들여 사업 리스크를 최소화하기도 했죠. ㈜미래엔서해에너지(46억원), 한국동서발전㈜ (90억원) 등 발전분야 주요 사업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연료전지 사업에 합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불어 2017년 준공된 파푸아뉴기니 LAE 발전소 34MW급 중유 발전소의 지분 100%를 포스코인터내셔널로부터 양수하면서 해외 발전소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약 300억원이 투입됐죠. 원 소유주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미수금 지급을 하지 못한 탓에 지분을 넘겼다는 루머가 퍼지기도 했으나 사실이 아닌 걸로 파악됐습니다.

눈에 띄는 건 이 발전소를 인수하면서 지엔씨에너지는 염가매수차익 138억원을 당기순이익에 반영했습니다. 염가매수차익은 자산가치보다 매물을 싸게 샀을 경우 그 차익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파푸아뉴기니 발전소를 값싸게 잘 샀다는 이야기죠. 그 덕에 2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03억원이 되었네요. 물론 장부상 이익일 뿐입니다.

◇Market View

지엔씨에너지를 다룬 증권사 리포트는 많지 않습니다. B2B나 B2G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라 시장과 긴밀하게 소통하지 않은 탓 같습니다.

지난해 말 경 한국IR협의회에서 발간한 '발전기가 이끌고, 바이오가스·수소 발전이 밀고 간다'는 제목의 리포트가 눈에 띕니다. 허민호, 이희경 연구원이 작성했습니다.

이 리포트에서 연구원들은 바이오가스 사업에 주목했네요. 이 연구원은 "환경부는 바이오가스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면서 "2023년 말부터 바이오가스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공공부문의 생산의무비율이 2035년 60%, 민간부문은 50% 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오가스 촉진법의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죠.

연구원들은 "지엔씨에너지의 투자 포인트는 △IDC향 매출 증가 등으로 발전기 사업 실적 개선 △2025년부터 바이오가스 발전 시장 확대 수혜 △2024년 석문그린에너지의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상업 가동으로 지분법이익 증가 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지엔씨에너지의 키맨은 안병철 대표인데요. 안 대표는 1981년 한국해양대학교 기관공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까지 현대상선 공무과장을 지낸 해양, 선박 전문가입니다. 이후 한국기술써비스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가 사실상 현 지엔씨에너지의 전신입니다. 안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IR 실무를 총괄하는 김건 상무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김 상무는 작물보호제 생산 기업인 유가증권 상장사 경농에서 약 10년간 경영지원실을 지킨 재무, IR 스페셜리스트입니다. 2021년 지엔씨에너지로 적을 옮겨 현재까지 CFO 역할을 하고 있죠. 회사 안팎의 트렌드와 시장 흐름을 꿰고 있는 노련한 CFO 입니다.

김 상무는 올해 3~4월부터 이뤄진 기업가치의 리레이팅에 대해서 "회사가 추구하고 있는 방향성과 의사결정 판단(외부투자)이 옳았다는 게 기업가치 상승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는 현재의 흐름이 단기적 테마주의 편승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엔씨에너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사업들에 대해 시장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토탈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것 같다는 기자의 물음에도 동의했습니다. 캐시카우인 비상용발전기를 비롯해 전력 발전사업(파푸아뉴기니), 연료전지사업, 바이오가스 사업 등 레거시 에너지부터 대체 에너지 시장으로 확장성을 추구하고 있어 보이는 까닭입니다.

김 상무는 "정확한 섹터를 콕 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파푸아뉴기니 발전소 건이 배당 형식으로 현금을 창출할 예정이고, 내부 현금흐름 역시 양호하기 때문에 유관사업을 중심으로 신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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