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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업 힘주는 씨젠, 현지법인 자금수혈·인력정비

상반기 208억 출자, 법인장에 김범준 부사장…"장기적 관점, 투자 지속"

차지현 기자  2024-08-29 13:40:06
분자진단 기업 씨젠이 미국 사업에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근 미국 현지 법인에 자금을 수혈하고 인력도 재정비했다.

엔데믹 이후 신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미국 사업에 한층 힘을 싣는 움직임이다. 현지 사업이 안착하기까지 대규모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2015 설립한 미국 법인, 엔데믹 이후 매출 급감·적자전환

최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씨젠은 올 상반기 중 미국 법인 'Seegene USA, Inc.'에 207억7500만을 출자했다. 미국 법인 증자에 대한 이사회 승인 안건은 4월 19일 가결됐다. 이후 자금집행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법인 수장도 교체했다. 당초 미국 법인장은 리처드 크리거 최고경영자(CEO)였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벡크만 쿨터에서 분자진단 사업 전반을 총괄했던 인물로 2022년 3월 씨젠 미국 법인장으로 합류했다. 크리거 CEO는 올 2월께 회사를 떠난 걸로 파악된다.

김범준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이 새 법인장에 올랐다. 1965년생 김 부사장은 KT 최고재무책임자(CFO), 한온시스템 CFO, 유영산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역임한 재무·전략 및 인수합병(M&A) 전문가다.

2021년 2월 영입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났으나 작년 8월 복귀하면서 관심을 모은 인물이기도 하다. 씨젠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데다 재무관리 및 M&A 경험을 두루 보유한 만큼 미국 법인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씨젠이 미국 법인을 설립한 건 2015년 3월이다. 당초 사명은 'Seegene Technologies, Inc.'였다. 회사가 생산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분자진단 제품 등 판매가 주목적이었다. 줄곧 적자를 기록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수혜를 누리며 2020년 흑자전환했다.

이어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크리거 전 CEO를 영입하고 사명도 현재의 Seegene USA로 바꿨다. 작년 초엔 151억원가량의 출자도 단행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 급감으로 부진해진 실적을 만회하긴 역부족이었다. 작년 미국 법인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42억원, 당기순손실은 21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 대비 5분의 1토막 났고 당기순이익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세계 최대 진단 시장 공략 가속화, 대규모 출혈은 불가피

미국은 전 세계 진단 최대 수요처다. 쉽지 않지만 생존을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할 시장이다. 엔데믹 이후 비(非) 코로나19 제품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 법인에 대한 추가 수혈 및 인력 재정비는 한층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 공략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미국 법인이 사실상 글로벌 사업의 구심점인 데 따라 기술공유 사업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씨젠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을 표방한 기술공유 사업을 중장기 프로젝트로 내세우면서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다. 올 초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략적 협업을 맺은 게 대표적이다.


이는 실제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법인 누적 매출은 79억원이었다. 지난해 일 년 동안 미국 법인이 42억원을 벌어들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성과다.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머지 않아 코로나19 시기 매출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부담 요소도 있다. 현지 사업이 안착할 때까지 대규모 출혈을 감내해야 한다. 외형이 확대한 만큼 당기순손익도 크게 증가했다. 올 상반기 미국 법인은 누적 당기순손실 82억원을 냈다. 반 년 동안 기록한 순손실이 작년 한 해 순손실의 4배에 달한다.

씨젠 관계자는 "연구개발(R&D)은 시간과 비용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 영역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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