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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준비하는 씨젠, 대기자금 일단 '단기금융상품'에

금융투자 1년새 2048억 증가, 쏠쏠한 수익…M&A 실탄 확보

차지현 기자  2024-04-04 11:08:03
코로나19 시기 현금 곳간을 두둑하게 쌓은 씨젠은 그간 조 단위 딜에 나섰던 타 진단업체와 달리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었다.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작년 한 해 막대한 양의 현금을 단기금융상품에 몰았다. 이로써 쏠쏠한 이자수익을 거뒀다.

실탄을 모은 씨젠은 올해 활발한 M&A를 준비중이다. 최근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며 변화를 꾀하는 모습이다.

◇풍부한 현금, 단기금융상품에…일년새 3억서 2051억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젠의 단기금융상품은 2023년 말 3억원에서 작년 말 2051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2021년 말 2453만원 수준이었던 걸 감안하면 놀라운 증가폭이다.

이 같은 단기금융상품 급증 배경에는 풍부해진 현금 여력이 있다. 코로나19 기간 유전자증폭(PCR) 기술을 앞세워 2019년 연 매출 1000억원대에서 이듬해 1조원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이어 2021년 연결기준 매출 1조3708억원을 올리며 국내 2위 진단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레 현금 곳간도 풍부해졌다. 2019년 말 491억원가량이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이듬해 6배 넘게 증가, 30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엔데믹 전환에 따라 실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현금성자산은 계속 불어났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5213억원이었다.

하지만 씨젠은 팬데믹 시기 벌어들인 돈으로 대규모 M&A에 나섰던 여느 진단업체와는 다른 행보를 보였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2조원대 M&A로 몸집을 불리고 엑세스바이오가 300억원 규모의 싸이토젠 인수 딜에 참여하는 동안 별다른 M&A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작년 한 해 막대한 양의 현금을 단기금융상품에 몰았다. 지난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783억원으로 전년 -1040의 두 배를 웃돈다. 이로써 쏠쏠한 재미도 거뒀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제한 순이자손익은 2022년 17억원에서 지난해 118억원으로 약 7배 늘었다.

◇실탄 확보에 리더십도 재정비, M&A 시계 가속도 전망

실탄을 모은 씨젠은 올해부터 좀 더 활발한 M&A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M&A를 위한 준비는 작년 상반기부터 조금씩 이뤄졌다. M&A 임원으로 김범준 경영지원총괄 부사장, 노시원 M&A실 전무가 재영입됐다.

올 초 엔데믹 전환 후 첫 M&A를 단행했다. 국내 IT 업체 브렉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씨젠이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기술공유 사업을 이루기 위한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기술공유 사업이란 씨젠의 PCR 노하우를 세계 각국 진단 업체에 무료로 제공하고 현지 맞춤형 제품을 개발·생산하는 사업이다.

최근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오너 경영 탈피를 위해 노력하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대훈 사장을 각자대표에 올렸다. 창업주가 아닌 인물이 대표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경영진 재편 등 과도기를 겪으면서 M&A 등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번 리더십 재편을 계기로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광범위한 분야에서 M&A 기회를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M&A 대상으로는 기술공유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IT 업체들이 거론된다. 이외 진단기기와 관련한 소부장 업체들과 협업도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규모는 브렉스 인수 건과 비슷하게 소규모 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씨젠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회복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공유사업을 추진하는 걸 목표로 다양하게 자급을 집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회사의 큰 틀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 중소형 딜을 중심으로 M&A 및 협업 기회를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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