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EV) 수요 정체 현상인 '캐즘' 시기에도 투자를 이어갔다. 올해 1분기 말 이후 1조원 이상의 현금이 줄고 그만큼 생산시설에 대한 장부가액이 늘어났다.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사 얼티엄 셀즈 3공장 건설이 일시중단되는 등 속도 조절이 이뤄지고 있으나 생산 능력 충당을 위한 시설 투자는 올해도 지속하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3조8709억원이다. 작년 말 5조688억원 대비 23.6%, 1분기 말 5조2884억원 대비 26.8% 감소했다.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은 전체 자산 51조5012억원 중 7.5%를 차지했다.
현금흐름 차원에서 보면 1분기 말 이후 약 3개월 만에 현금 1조4175억원이 유출됐다. 이는 대부분 시설 투자에 쓰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반기 말 기준 유·무형자산 장부가액은 30조9146억원으로 처음으로 30조원 선을 돌파했다. 이중 유형자산의 장부가액은 29조9505억원이다.
유형자산은 작년 말의 경우 23조6547억원으로 6개월 만에 약 6조원 이상의 취득이 있었다. 올해 1분기 말의 유형자산 장부가액은 26조5325억원이었다.
연결 기준 현금흐름으로 보면 작년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시설 투자로 인한 현금 유출이 훨씬 많은 편이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은 유형자산 취득으로 6조2635억원의 현금을 썼다. 작년 상반기 4조2247억원 대비 48% 많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GM 3공장의 건설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황이지만 현대차·스텔란티스 합작 공장 등 기존 계획됐던 시설 투자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차입금의 경우 1분기 말 대비 일부 늘어났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은 13조1163억원으로 1분기 말 12조8576억원 대비 2% 늘어났다. 작년 말 10조9323억원과 비교하면 6개월 만에 약 20% 증가했다.
'캐즘' 영향으로 손익은 악화했지만 영업손익 흑자 기조는 유지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누적 연결 영업이익으로 3527억원을 기록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의 경우 1조1098억원으로 작년 상반기(1조9526억원)보다 줄었지만 1조원 이상을 유지했다.
다만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은 늘어났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의 순이자비용은 1174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572억원 대비 두 배 가량 늘어났다. 올해 순이자비용에 자본화된 이자원가 428억원을 합하면 올해 상반기 실질적으로 감내한 이자비용은 1602억원이다. 작년의 경우 EBITDA/순이자비용(자본화된 차입원가 포함)이 25.2배였지만 올해는 이 수치가 6.9배로 뚝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컨퍼런스 콜을 통해 EV 시장의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체제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적인 기조는 기존 공장들의 유휴라인을 타 어플리케이션 및 신규 제품향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 공장 캐파 가동률을 극대화할 계획"이라면서 "신규 증설 프로젝트의 경우 전략적으로 시장 수요의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되 우선순위를 두고 빨리 판단해 조정해야 할 부분은 즉시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