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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의 60% 유증' 미코바이오메드, 첫걸음부터 암운

대주주 전량 참여 확약에도 투심 이반 못 막아… 조달액 줄수록 채무상환 부담 커져

최은수 기자  2023-08-28 17:31:18
시가총액의 60%에 해당하는 4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 미코바이오메드의 첫 출발이 좋지 않다. 대주주인 미코그룹이 배정물량 100% 청약을 확약했음에도 투심 악화를 막지 못했다.

'주가 사수'는 미코바이오메드가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의 조기상환청구 대응 여력 확보를 위한 첫 단추다. 유증가액은 특정 기간 평균주가를 내 결정된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면 당초 미코바이오메드가 목표로 한 자금 조달 자체가 차질을 빚게 되는 까닭이다.

◇유증 공시 직후 두자릿수 주가 하락… 대주주 100% 청약도 투심 악화 못 막아

미코바이오메드는 28일 17.68% 내린 3260원으로 장을 마쳤다. 시가총액은 597억원이다. 전 거래일 장마감 직후 총 4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하고 제반 절차에 들어선 것이 투심 악화로 이어졌다.


당초 유증을 통한 조달 자금 목표액은 미코바이오메드의 시가총액의 60%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그러나 유증가액 산출을 위한 기준주가 기산일 첫날부터 두자릿수 주가 내림세를 기록하면서 자금 조달 과정에서 험로를 지나게 될 전망이다.

최대주주이자 코스닥 상장사인 미코는 이번 유증 과정에서 배정 물량 전량(100%)에 대한 청약을 확약했다. 그러나 현재 몸집에 버금가는 규모의 증자는 곧 악재로 해석됐다. 유증과 함께 진행하는 무상증자를 더하면 지금껏 발행한 주식총수만큼을 새로 찍게 된다. 시장에선 대규모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코바이오메드의 전신은 지난 2009년 설립된 나노바이오시스다. 2015년 6월 코넥스 시장에 상장됐다. 지난 2017년 11월 나노바이오시스(존속회사)가 비상장사인 미코바이오메드(소멸회사)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금의 미코바이오메드 진용이 만들어졌다. 최대주주가 현 최대주주인 미코로 변경된 뒤 2020년 코스닥으로 이전상장에 성공했다.

이전상장 과정에서 체외진단 역량을 앞세웠고, 시기적으로 코로나19 수혜주로도 떠올랐다. 한때 시가총액이 5000억에 육박하기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랩칩(Labchip) 기술을 바탕으로 현장진단(POCT)을 중심으로 한 진단키트 사업이 호조를 보인 결과다.

◇주가 내릴수록 커지는 CB 상환 부담, 시가총액이 유동성 근접할 만큼 투심 이반

미코바이오메드는 이번 조달자금의 60% 가량을 채무 상환에 배정했다. 시장에서 이번 유상증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제6회 및 제7회차 CB의 경우 전환가액을 고려할 때 풋옵션(Put Option, 조기상환청구) 우려가 큰데 미코바이오메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실마리를 유증에서 찾으려는 계획이다.

세부적으로 제6회차 CB는 전환가액이 최저 조정가액인 8298원으로 변경됐다. 현재 미코바이오메드와의 주가와 60%의 괴리율을 보인다. 제7회차 CB의 경우는 최초 전환가액이 5884원이다. 최저가액 조정(4119원) 한 차례 남아 있긴 하다.

그러나 역시 3000원 수준인 현재 주가 추이에선 CB 투자자들이 전환청구를 단행해 주식 확보해도 실익이 없다. 이번 미코바이오메드가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하는 자금 중 29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주가가 내림세를 보일수록 채무로 해석되는 풋옵션 대응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다. 유상증자의 경우 유증을 결정한 시기부터 특정 기간 내의 주가를 평균을 내 증자가액을 산정한다.

아직 유증 초기인 만큼 미코바이오메드가 예상증자가액을 끌어올릴 기간은 많이 남아 있다. 다만 현재로선 반등을 위한 확실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코바이오메드는 올해 반기말 기준 500억원의 유동성을 보유했다. 그럼에도 이 유동성과 회사의 기업가치(시가총액)가 크게 차이나지 않을 만큼 투심이 이반된 탓이다.

더벨은 이번 유상증자 및 대응전략과 관련해 미코바이오메드 측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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