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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CFO 스토리

숨가빴던 코어라인소프트 상장, 정우석 전무의 묘수 '스팩'

①재수생의 최선책, 회사 합류 후 곧바로 상장 돌입…수익성 입증 분기점 '내년'

한태희 기자  2024-08-14 09:15:42

편집자주

기업의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업권별로 그 역할과 무게가 다르다. 바이오텍 CFO는 단순히 재무·회계 등 숫자만 잘 알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무르익지 않은 기술을 투자자들에게 선뵈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수출 현장을 직접 뛰며 사업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이오텍 CFO 역할은 투자 혹한기인 지금 시점에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의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생존을 이끌어 내는 키맨이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의 CFO를 만나 혹한기 생존전략을 물었다.
챗GPT가 촉발한 AI(인공지능)에 대한 기대감은 국내 코스닥 시장에서 붐을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의료기기·헬스케어 섹터에서는 루닛, 뷰노, 제이엘케이 등 AI 진단 기업들이 연이어 상장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코어라인소프트도 이러한 흐름 속 작년 말 기술특례로 상장한 기업이다. 합류 직후 펀딩 유치와 IPO(기업공개)를 동시에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우석 전무의 공이 컸다. 그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BEP(손익분기점) 달성을 통한 수익성 입증이다.

◇상장 지연과 주관사 교체…구원투수 등판, 프리IPO 펀딩 유치

코어라인소프트는 2012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기및전자공학 대학원 출신 김진국 대표, 최정필 전 대표, 이재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공동 창업했다. AI 기반 의료영상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자동 정량분석을 통해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의료기기 제품을 개발한다.

2020년 말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을 본격화했다. 이듬해 11월 기술성평가를 통과했으나 시장 침체로 주관사가 교체되면서 6개월 이내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CFO는 회사를 떠났다.


당시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인물이 바로 정 전무다. 2022년 10월 또 한 번의 기술성평가를 마치고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6개월이었다. 같은 해 11월 합류 후 새로운 주관사 신한투자증권과 함께 재빠른 상장 준비에 나섰다.

두 번째 상장 도전인 만큼 안정적이면서도 확실한 상장 전략이 필요했다. 주관사와 논의를 통해 직상장이 아닌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을 준비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른 상장 철회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정 전무는 "직상장은 모든 창업자가 원하는 트랙이기도 하고 수요예측, 일반공모 등을 거치며 회사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평 통과 후 6개월 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했던 상황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요예측을 통해 낮은 공모가를 받아들이면 IPO 삼수도 감안해야 했다. 초기 투자한 VC(벤처캐피탈)들에게 확정된 공모가에 따른 상장 동의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수요예측 실패로 상장을 철회한 오아시스의 사례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스팩합병과 함께 프리IPO 펀딩을 동시에 추진한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심사 과정에서 거래소의 보완 요청으로 상장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예비비 성격의 현금 조달에 나섰고 작년 4월 106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마쳤다.

그는 "거래소의 보완 요청이 있으면 상장 시기가 더 늦어질 수도 있어 예비비 성격의 현금이 필요해졌다"며 "시리즈C 대비 밸류에이션을 30% 가까이 낮췄음에도 RCPS가 아닌 보통주로 모집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상장 후 넥스트 챌린지, 지속 가능 경영 위한 BEP 달성

상장이라는 1차 관문을 넘은 정 전무의 시선은 BEP(손익분기점) 달성에 쏠린다. 주요 제품군의 개발이 완료된 상황에서 영업망 확보를 통한 매출 확대에 집중할 계획이다. 앞으로 2년을 분기점으로 잡고 흑자전환을 최우선으로 목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가 겪는 어려움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게 있고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다"며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상장 과정에서 직면한 문제들은 회사가 쌓아온 잠재력으로 자연스럽게 극복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진정한 챌린지는 손익DNA를 갖추는 데 있다"며 "기술특례상장 기업으로서 기술력, 제품, 펀딩에서 DNA를 입증했다면 이제는 BEP를 통해 수익성을 입증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코어라인소프트는 작년 4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117억원의 영업손실과 14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국가폐암검진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국내 외에도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매출을 늘려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영업흑자 달성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그는 "혁신의료기기의 수가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모델이 정착되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면서도 "2025년 흑자전환은 어렵더라도 적어도 분기 BEP나 연간 BEP를 목전에 두는 걸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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