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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모니터에쓰오일

아슬아슬한 '평균', 동종업계 경쟁사와 차이점은

MSCI ESG 등급 5년째 BB, 사업 로드맵이 가른 환경(E) 점수

김위수 기자  2024-08-09 16:04:19
에쓰오일은 유독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인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의 ESG 등급은 5년째 'BB' 등급이다. BB는 AAA부터 CCC까지 총 7개로 나눠진 등급 중 5번째 등급으로, 명목상 '평균' 이기는 하나 그중 최하위다. 동종업계에 총 10개 기업이 있다고 가정하면 7~8등 수준에 그친다.

MSCI의 평가 내용과 다른 평정기관의 점수, 동종업계 다른 기업의 평가내용을 종합해 살펴보면 에쓰오일의 ESG 등급 상향을 발목잡는 요인은 '환경(E)' 부문이 유력하다.

◇같은 피어그룹 SK이노 'AA', 에쓰오일과 차이는

MSCI는 지난달 실시한 ESG 평가를 통해 에쓰오일에 BB 등급을 부여했다. 에쓰오일의 MSCI ESG 등급은 지난 2020년 BBB에서 BB로 떨어진 뒤 5년 연속 같은 등급을 유지 중이다.

에쓰오일은 석유 및 가스 정제, 운송 및 저장 등 사업을 영위하는 전세계 170개 기업들과 '피어'로 묶였다. 에쓰오일이 속한 BB 등급은 동종업계의 ESG 점수 중 상위 71~89%에 해당한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같은 피어 그룹에 포함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MSCI로부터 AA 등급을 부여받았다. 동종업계 상위 5~48% 기업들이 획득한 AA는 바로 위 AAA와 함께 업계 ESG 경영 '리더'로 분류되는 등급이다.

에쓰오일과 SK이노베이션의 차이를 가른 항목은 탄소배출과 안전·보건이다. 지배구조·기업행태·유독성 물질 배출 및 폐기물·청정기술 개발 등 다른 항목에서는 양사 모두 평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탄소배출과 안전·보건 부문에서 SK이노베이션의 경영 현황이 각각 동종업계 리더, 평균에 속한다고 MSCI는 봤다. 반면 에쓰오일의 탄소배출 항목은 업계 평균, 안전·보건 항목은 동종업계 다른 기업들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었다.

안전·보건 부문의 낮은 점수는 에쓰오일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에쓰오일의 울산공장에서는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2월에는 2공장 상압증류공정 배관 파손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달에도 제2 파라자일렌(PX) 공정 시설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두 건의 화재사고에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탄소감축 계획, 평정기관 눈높이 '미달'

다른 평정기관들의 평가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중 환경 경영에 대해 가장 낮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에쓰오일에 A+ 등급을 준 한국ESG기준원(KCGS)은 사회·지배구조에는 A+를 매겼지만 환경에만 A를 부여했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LGIM이 에쓰오일의 환경 경영을 100점 만점에 5점으로 평가했다. 탄소배출량 및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 모두 미비하다고 봤다.

MSCI ESG 리서치는 에쓰오일의 내재 온도 상승(ITR·Implied Temperature Rise)은 3.3°C로 추산했다. ITR은 2050년까지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할 수 있는 탄소배출량을 개별 기업별로 할당, 각 기업의 기존 배출량 및 감축 목표를 바탕으로 추정한 배출 예상치와 비교해 온도로 환산한 지표다

MSCI는 3.2°C를 초과하는 ITR을 전세계적인 탄소감축 목표와 '강하게 어긋난다'고 평가한다. 에쓰오일의 ITR에 대해 MSCI는 "재앙적 기후 변화에 대한 에쓰오일의 기여는 대부분의 기업보다 높다"고 언급했다.

에쓰오일이 탄소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30년에는 BAU(BAU·Business As Usual, 기존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탄소배출을 35% 저감하고 2050년에는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단 MSCI 평가에서 동종업계 탄소배출 부문 '리더'인 SK이노베이션과 비교하면 목표에 있어 차이가 컸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30년 탄소배출을 BAU 대비 87% 감축, 2035년 넷제로 100%에 도달하겠다는 구상이다. SK이노베이션의 ITR은 1.7°C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사업 로드맵이 두 기업의 환경 경영에 대한 평가를 갈랐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을 축소해나가는 계획을 수립한데 반해 에쓰오일은 정유·화학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이 있다고 해도 정유·화학 사업의 탄소배출량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정유·화학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여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모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유 사업에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하기도 했다. 에쓰오일의 경우 중단기적으로 정유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정유·화학으로 분산하고, 추후 시장상황에 맞춰 친환경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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