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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기름집 옛말…에쓰오일, 정유 사업 부진에 '주가 회귀'

2분기도 '어닝 쇼크' 전망…하반기도 '실적 먹구름'

박완준 기자  2024-07-11 16:29:16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에쓰오일의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며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시장에서 나온 평가입니다. 특히 에쓰오일은 순자산 증액 대비 밸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저평가 상태에도 놓인 실정입니다.

에쓰오일의 주가는 올해 1월 17일 6만4700원을 기록하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정제마진과 국제유가 하락에 재고자산평가 손실이 커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 이상 급감하는 '어닝쇼크'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어닝쇼크는 시장 예상보다 미달하는 실적을 거둘 경우 주가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입니다.

하지만 에쓰오일 주가는 4월까지 연일 상승하며 8만4600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국제 석유 수출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며 세 달 만에 30% 이상 상승한 것입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국제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견을 뒷받침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에쓰오일의 주가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되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자발적 감산 축소와 수요 약세 등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이달 10일 종가가 6만6600원으로 내려앉으며,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습니다.

지속된 하락에 에쓰오일 주가 밸류는 다시 열위에 놓였습니다. 올 1분기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87배를 기록했습니다. PBR이 1배 미만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10년의 기간 가운데 처음입니다.
최근 1년간 에쓰오일 주가 흐름표.
◇Industry & Event

에쓰오일은 올 2분기 정제마진의 더딘 회복세에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와 수송비 등 값을 빼 정유사의 수익성과 직결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올 2월 배럴당 11달러까지 올라갔지만 3월부터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하락하더니 5월에는 3.8달러까지 크게 떨어졌습니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둔화에 정제마진 약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금융업계는 에쓰오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81.2% 하락한 854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시장 기대치(3716억원)를 크게 하회하는 금액입니다.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배경은 정제마진이 하향 안정화됐기 때문입니다.

정유사는 국제유가가 올라야 정제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성수기인 여름철 시즌에도 수요 효과가 기대만 못하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에쓰오일은 2분기 미국·유럽 경기 둔화와 역내외 공급 확대로 올 2분기 정유부문 영업손실 1392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arket View

시장에서 바라본 에쓰오일의 주가는 부정적입니다. 올 2분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진 데다 수요 부진 등의 여파가 겹쳐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부터 에쓰오일의 목표주가를 다시 살펴본 증권사는 네 곳입니다.
목표주가를 가장 맞이 낮춘 곳은 IBK투자증권입니다. IBK투자증권은 에쓰오일에 대해 올해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1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습니다.

IBK투자증권은 2분기 정유 부문의 적자전환을 예고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판매 고시가격(OSP) 인하에 따른 원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유가 하락으로 재고 관련 이익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미국 및 유럽의 경기 둔화 및 신규 설비들의 생산량 확대에 따라 약세로 전환한 부분도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과 KB증권,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모두 낮췄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다시 책정했고, KB증권과 NH투자증권은 각각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해 8만원 중반대의 가격을 예상했습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복합정제마진은 운송용(휘발유, 경유) 제품 위주 약세로 전분기 대비 배럴당 5달러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반등 추세는 낮은 재고 속 글로벌 수요 회복과 제한적인 공급 증가 등으로 3·4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에쓰오일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방주완 수석부사장(사진)입니다. 방 CFO는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1988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입사해 재무 파트에서만 경력을 쌓아 '재무통'으로 불립니다. 그는 2021년부터 CFO에 올라 회사 재무전략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더벨은 에쓰오일의 주가 하락 원인과 부양 계획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 이날 방 CFO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직접적인 멘트는 얻을 순 없었습니다. 대신 에쓰오일 IR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에쓰오일 IR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 배경에 대해 "2분기 미국에서 휘발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2분기 정제마진도 전 분기 대비 하락세를 보이며 정유 부문의 수익성이 급격하게 하락된 부분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올 하반기 주가 전망에 대해선 "에쓰오일은 국제 유가와 환율에 따라 실적이 움직이는 산업적 특성을 갖고 있다"며 "주가도 이에 발맞춰 움직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유가와 환율이 상승할 시 주가는 다시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에 대해 "추가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구체화될 시 공시를 통해 의견을 밝힐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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