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책임지고 개선해야 할 지표 중 하나로 '비은행부문 이익'이 꼽힌다.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등기이사 보수 결정 평가항목으로 비은행부문 이익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익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 균형을 고려해달라는 주문이다.
양 회장이 지난해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선택을 받은 것도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KB국민은행 출신이지만 CEO 경력은 KB손해보험에서 쌓았다. KB금융이 은행 부문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회장에 취임한 만큼 비은행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
◇비은행부문 이익, 장단기 평가 모두 반영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은 등기이사 보수 결정시 평가항목에 비은행부문 이익을 포함시키고 있다.
금융지주 등기이사 평가항목은 보통 자기자본이익률(ROE), 영업이익경비율(C/I Ratio),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수익성, 효율성, 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구성돼 있다. 또 대리인 문제 해소를 위해 총주주수익률을 보수 결정에 고려하고 글로벌, 디지털, ESG(환경·사회·
지배구조) 분야 성과를 평가하는 게 통상적이다.
비은행부문 이익을 평가 항목에 넣는 건 KB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은 단기, 장기 정량지표에 모두 비은행부문 이익을 포함시키고 있다. 장단기 정량지표에 동시 반영돼 있는 항목은 비은행부문 이익이 유일하다. KB금융이 비은행 분야 성과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KB금융은 윤종규 전 회장 시절부터 비은행부문 이익을 등기이사 보수 결정에 고려했다. KB금융을 리딩금융 반열에 올리려면 CEO가 비은행 부문 성과를 의식하고 그룹을 경영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윤 전 회장이 인수합병(M&A)으로 그룹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그룹 차원에서 비은행 강화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양 회장은 윤 전 회장의 뒤를 이어 비은행 강화를 도모할 수 있는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주택은행으로 입행해 KB국민은행, KB금융지주를 거쳤다. 지주 임원 재직 시절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현재의 KB손해보험이 있게 한 장본인이 양 회장이다. 인수합병 후 KB손해보험 대표를 맡은 경험도 있다. 은행과 비은행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최적의 경력을 쌓은 셈이다.
◇올해 비은행 '비중 확대' 보다 '순이익 성장' 중요 윤 전 회장이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면 양 회장은 균형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은 매년 30~40%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가 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비은행 비중 50%를 넘겨야 균형잡힌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양 회장 취임 이후인 올 1분기는 비은행 비중이 은행을 넘어서는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다. 1분기 비은행, 은행 순이익 비중은 각각 63.4%, 36.6%다. KB국민은행이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손실보상 비용 발생으로 순이익 감소를 겪은 영향이다. 충당부채로 쌓은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연간 기준으로도 비은행 비중이 높아질 수 있다.
올해 양 회장의 비은행부문 성적표는 전년 대비 순이익 성장에 달려 있다. KB금융 순이익 중 KB국민은행을 제외한 금액은 지난해 1조301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9354억원에 비해 3665억원(39%) 증가한 금액이다.
올 1분기에는 그룹 순이익 1조632억원 중 6737억원을 KB국민은행 외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2~4분기 성과에 따라 2021년 기록한 1조7936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