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지 약 3년이 흘렀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카드·현대커머셜과 경영 분리를 단행하며 현대차그룹의 완전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룹과의 일체성이 강화되면서 금융 계열사로서의 색채가 더욱 짙어졌다.
현대캐피탈의 역할도 보다 뚜렷해졌다. 현대캐피탈은 전속금융사(캡티브)로서 완성차 판매를 지원하는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차그룹 내 역할과 위상도 높여 나가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 사임 이후 지배구조 재편 단행
현대캐피탈은 2021년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정태영 부회장이 18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최대주주인 현대차그룹이 직접 경영에 나서면서 '정태영 체제'가 막을 내렸다.
정태영 부회장이 현대캐피탈에 합류한 시기는 2003년이다. 당시 현대캐피탈은 연간 1873억원의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태영 부회장은 구원투수로 투입돼 이듬해 미국의 GE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성사시키며 2005년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성장 궤도에 오르면 실적도 크게 향상했다. 9조원 수준이었던 총자산은 현재 40조원으로 늘어났으며 45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두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며 총 17개의 해외법인을 거느리는 국내 최대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했다.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오던 현대캐피탈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이했다. 2021년에 정태영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데 이어 겸직 체제를 해지했다. 현대카드와 현대커머셜을 겸직했던 임원 29명이 사임하며 임원진 재구성도 불가피했다.
빈 자리에 현대차 출신들이 현대캐피탈에 합류하면서 양사 간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졌다. 유흥목 경영지원본부장과 정주용 유럽지원실장, 이건희 경영관리실장, 이영석 사업기획실장 모두 현대차 출신이다.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직접 경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판매 지원 확대에 완성차 계열사 취급률 제고
현대차그룹의 직할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현대캐피탈의 역할도 명확해졌다. 금융업 본질보다 그룹 완성차 계열사들의 차량 판매 촉진에 집중하고 있다. 캡티브 역할을 강화하며 현대차그룹 금융 계열사로서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과거 현대캐피탈은 그룹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익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인증중고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대캐피탈은 2018년 인증중고차 온라인 판매를 개시했지만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판매를 중단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현대캐피탈은 담당 사업부를 이관하고 현재 중고차 판매 지원에 매진하고 있다.
직할경영 체제에서는 영업지원과 공동 마케팅 등을 지속하면서 취급률을 높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현대차, 기아에 대한 자동차금융 점유율은 지난해 36.1%로 2021년 이후 2.3%포인트 확대했다. 현대캐피탈은 캡티브 금융을 충실히 이행하며 취급 자산을 늘려나가고 있다.
자동차금융의 영업 비중은 12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자동차금융 중심으로 상품 믹스를 재편하면서 비중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 기준 자동차금융 자산은 28조3752억원으로 전체 영업자산의 82.4%를 차지했다. 이중 신차 자산이 17조3187억원이며 오토리스 자산은 8조82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운 수익모델도 차량 판매와 연계해 발굴하고 있다. 현재 준비 중인 현금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는 리스와 렌터카 고객 계약금 및 선수금 수납에 활용될 예정이다. 다이렉트 금융 역시 오토리스와 렌터카 서비스에 접목해 자동차금융 이용 편의성을 제고했다. 향후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모빌리티 시대를 금융으로 선도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