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충당금을 또 쌓았다. 2022년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 분기도 빼놓지 않고 관련 비용을 처리했다. 이로 인해 순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상품운용에서 돈을 벌어도 PF 충당금이 줄곧 재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수적인 신규 대출로 사후 관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류시웅 상무는 PF 리스크로 낮아진 NCR(순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연이어 후순위채를 발행하고 있다.
◇오주환 PF금융단장, '조심스런' 신규 대출 기조
3일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1분기 365억원의 부동산 충당금을 쌓았다. 이 탓에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순손실을 기록했다. 1분기 별도 기준 영업적자는 95억원, 순손실은 64억원을 나타냈다.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4분기에도 3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PF 충당금 적립은 2022년 4분기부터 시작됐다. DGB금융지주 차원에서 취약 익스포저를 대상으로 특별 충당을 실시했다. 분양률이 낮거나 LTV(Loan-to-value ratio) 비중이 높은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시에 112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도 연중 내내 이 같은 기조가 이어졌다. PF 사후 관리 기능을 강화하면서 상환이 어려워 보이는 사업장에 대해 선제적으로 비용을 처리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적립한 충당금은 1324억원에 달한다. 올해도 부동산 호황기에 키웠던 PF 사업이 충당금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PF 비즈니스 관점에서 보수적 관리를 이끄는 이는 오주환 PF금융단장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부동산금융 조직을 대폭 축소했다. 투자금융총괄을 없애고 대표이사 직속으로 4개실을 운영했다. 다만 구심점이 없다 보니 지난달 초 PF금융단을 설치해 PF 관련 실을 배치했다.
작년 3월 PF 리스크 관리를 위해 DGB대구은행에서 하이투자증권으로 이동한 오 단장은 이제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 등 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다. 사실상 신규 PF 대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그동안 진행된 PF 대출을 살피는 업무가 핵심이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은 본PF로 전환되기 전에 실행되는 브릿지론과 상환 순서상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아 리스크 관리 중요성이 더욱 높다.
수익과 재무 지표로도 PF 사업 기조가 잘 드러난다. 지난 1분기 IB/PF 수익은 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30억원에 비해 70% 넘게 줄었다. 자기자본 대비 PF 익스포져도 지난해 말 79%에서 1분기 말 77%로 떨어졌다. 2020년 말 한때 PF 익스포져가 137%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폭 낮아진 수치다.
◇류시웅 CFO, 400%대 NCR 상승 '과제'
오주환 단장이 사업 측면에서 PF 리스크를 살핀다면 재무 분야에선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상무보)이 후방지원을 한다. 류 본부장은 부동산PF 탓에 낮아진 NCR(순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후순위채 발행에 나섰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3월 6년 만기로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찍었다. 2022년 DGB금융지주 지원을 받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적이 있는데 후순위채는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었다. 최근 수년 동안 500%를 상회하던 NCR이 지난해 말 426%로 떨어지자 자본 확충으로 반등을 노렸는데 1분기에도 수익성이 부진하자 재차 발행을 결정했다. 1분기 말 NCR은 425%로 큰 변화가 없었다.
지난달 30일에는 사모 방식으로 후순위채 투자자를 모아 500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한달 전 발행 때와 마찬가지로 차입구조 장기화와 자본 확충이 주된 목적이었다. 금리도 연 7%로 지난 발행과 동일한 조건이다.
1971년생으로 부산 브니엘고와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류 본부장은 지난해 말부터 CFO로 일하기 시작했다. 2000년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해 경력 대부분을 기획과 전략 관련 부서에서 쌓았다.
2022년부터는 DG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로 자리를 옮겨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비롯 M&A(인수합병), 해외 지분 투자 등에 관여했다. 이 무렵 류 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증권·운용 계열사를 주로 살폈다. 지주사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회사를 살핀 T역량을 바탕으로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회복에 앞장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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