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 하이투자증권 경영전략본부장(전무)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임 2년차를 맞이했다. 지난해 단기자금시장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인해 불안 심리가 확산된 탓에 원활한 조달이 어려웠다.
지난해 1일물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초단기 자금 대응에 집중하던 박 본부장은 올해 들어 90일물을 주로 택하며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어음(CP) 역시 6개월~1년물을 중심으로 발행에 만기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 불확실성에 대비해 현금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전단채 중 절반 이상 '1일물'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7일 50억원 규모 전단채를 발행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800억원의 전단채를 찍었다. 모두 91~92일물로 오는 10월 초 만기가 도래한다.
박 본부장의 전단채 발행 전략은 올해 들어 달라졌다. 지난해 초 CFO로 부임한 이후에는 초단기 조달 목적으로 전단채를 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총 286건의 전단채를 발행했는데 이 중 157건이 1일물이었다. 7일물 이내로 범위를 넓히면 216건에 달한다. 전체 발행량의 76%가 초단기물이었던 셈이다.
반면 올해는 1일물 전단채를 단 한 건도 발행하지 않았다. 1월 네 건의 전단채를 89~90일물로 찍어 1000억원을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에도 세 차례로 나눠 91일물 전단채를 발행했다.
CFO의 이 같은 행보는 최근 단기자금시장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금융시장은 레고랜드 사태를 비롯 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행사 등의 사건이 겹치며 자금 경색에 처했다. 정부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 지난해 10월 '50조원+α' 규모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 안정화 조치와 함께 올해 들어 금리 인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퍼지며 유동성 흐름이 개선됐다"며 "1일물 대신 90일물 조달이 가능해진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단기 차입한도 늘려 PF 리스크 대비
CP도 전단채와 유사한 조달 전략을 나타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15개로 쪼개 750억원의 CP를 발행했는데 모두 만기가 3~6개월 수준이었다. 지난달 말에는 100억원 규모로 약 1년물 CP를 찍기도 했다. 1년에 육박하는 CP는 별도 증권신고서 없이 장기 CP에 가까운 수준으로 조달이 가능해 만기 다변화를 위해 증권사가 자주 택하는 수단 중 하나다.
3~6개월 사이로 현금을 들고 있으려는 하이투자증권의 계획은 PF 우발채무 리스크와 관련이 깊다. 박 본부장은 단기 차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3월 말 차입한도를 늘리는 의사결정을 실시했다. 이사회 결의를 통해 금융기관 차입한도와 당좌차월한도를 2100억원 높였다. 지난해 7월 CP와 전단채 발행한도를 조정해 전체 단기차입금 한도를 2조9350억원에서 4조350억원으로 늘린 뒤 8개월 만에 4조2450억원까지 재차 한도를 늘렸다.
박 본부장이 CFO에 부임할 무렵인 2021년 말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은 124%에 달했다. 특히 본PF로 전환되기 전 단계인 브릿지론 비중이 높아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이투자증권은 회사 차원에서 PF 리스크 축소를 위해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비중을 지난해 말 93%, 올해 1분기 말 85%까지 낮췄다. 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단기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재무 차원의 준비 태세와 함께 직접 모회사인 DGB금융지주 IR(Investor Relations) 행사에 참석해 투자자에게 리스크 대응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1분기 실적발표회에서 "가혹할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았는데 불확실성 제거하기 위해 과감하게 나선 것"이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유지하려는 정부 의도에 부응하고 있고 어려움이 있다면 마중물을 넣어 사업장을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분양률이 낮거나 LTV(Loan-to-value ratio) 비중이 높은 PF 사업장을 중심으로 일시에 112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하이투자증권은 1분기에도 309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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