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이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에 대한 내부감사 이후 임원진에 대거 변화를 줬다. 관리 책임을 물어 CFO(최고재무책임자)도 교체했다. 빈자리를 채운 인물은 이번에 상무보로 승진한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이다.
하이투자증권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류 본부장은 임원으로 승진하자마자 중책을 맡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재무 건전성 관리다. 최근 신용평가사에서 연이어 하이투자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만큼 PF 리스크 해소에 앞장설 예정이다.
◇지주 입김 세지나…CFO·CRO 모두 'DGB' 출신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류시웅 상무보는 이달 중순 하이투자증권 CFO로 신규 선임됐다. 현재 전반적인 업무 파악을 비롯해 다음달 이뤄질 인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초 마무리 된 내부감사 끝에 박춘호 전무가 경영전략본부장 직에서 물러나면서 류 본부장이 공석을 채웠다.
1971년생으로 부산 브니엘고와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했다. 경력 대부분을 기획과 전략 관련 부서에서 쌓았다. 2007년부터 2019년 경영기획팀에서 일하며 부장으로 승진한 그는 2020년부터는 1년 동안 WM지원부장을 맡아 자산관리 사업 강화를 위한 지원 업무를 담당했다. 2021년 경영기획부로 돌아왔다.
눈에 띄는 이력이 바로 지난해 초부터 CFO 부임 직전까지 속했던 DG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다. 2022년 2월 미래전략부로 옮겨 DG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비롯 M&A(인수합병), 해외 지분 투자 등에 관여했다. 류 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증권·운용 계열사를 주로 살폈다고 전해진다.
약 2년간 지주회사 차원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회사를 살핀 역량이 바탕이 돼 이번 인사에서 CFO를 맡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가 속했던 미래전략부는 천병규 DGB금융지주 그룹경영전략총괄(전무·사진)이 이끄는 조직이다. 지주회사 CFO인 천 그룹경영전략총괄은 하이투자증권 기타비상무이사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모회사와 원활한 소통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지주회사에서 하이투자증권으로 온 인물은 류 본부장만이 아니다. 리스크관리본부장(CRO)은 아예 신현진 DGB금융지주 그룹리스크관리총괄(전무·사진)이 겸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지주회사의 입김이 더욱 세질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불거진 부동산PF 리스크가 올해도 지속되는 것은 물론 내부 비위까지 적발되자 직접 관리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한신평 이어 한기평도 등급전망 하향 조정
DGB금융지주에서도 주시하듯 하이투자증권의 최대 과제는 부동산PF 리스크 해소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PF 관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이미 지난해 말부터 리스크를 인지해 대거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4분기 분양률이 낮거나 LTV 비중(Loan-to-value ratio)이 높은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번에 1120억원의 비용을 처리한 뒤 올해 1분기 309억원, 2분기 125억원, 3분기 87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도 PF 리스크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PF 호황으로 인해 지난해 초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긍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한국신용평가가 9월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질적 위험을 지적하며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AA급 신용도가 눈앞에 있었지만 다시 한 걸음 멀어진 셈이다.
지난 24일에는 한국기업평가도 3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안정적' 등급으로 낮췄다. 한국기업평가는 "IB부문 실적 둔화와 대손비용 부담으로 수익성이 저하됐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익스포저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가 계산한 3분기 말 기준 PF익스포저는 9801억원으로 자기자본의 70% 수준이다. 이중 브릿지론 비중은 57%, 중·후순위 비중은 73%다. 브릿지론은 본PF로 전환이 지연되는 상황이고 본PF의 경우 중·후순위 비중이 높아 건전성 저하 위험이 높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류 본부장은 신 CRO와 함께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회복에 앞장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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