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상무보)이 2022년 이후 2년 만의 자본성 증권 발행을 이끈다. 지난해 빌린 단기자금을 후순위채로 갚아 차입 구조를 장기화하기로 했다.
류 본부장은 작년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내부감사 후 임원진이 대폭 물갈이될 때 새롭게 등장한 인물이다. 지속된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줄곧 PF 리스크를 지적 받고 있는 만큼 자본을 늘려 대응한다.
◇1000억 조달해 단기자금 상환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다음달 초 10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만기는 6년이고 금리는 연 7%로 정했다. 별도 주관사 없이 하이투자증권이 직접 공모하는 방식이다.
작년 11월 새롭게 CFO를 맡은 류시웅 경영전략본부장의 첫 번째 대규모 조달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하이투자증권은 2022년 말 3000억원 규모 공모채를 발행한 뒤 공모 시장을 택하지 않았다. 이후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같은 단기 조달에 적극 나섰다. 2월 말 현재 CP 잔액은 1조7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7250억원보다 40% 늘었다.
류 본부장은 이번 후순위채로 단기 자금을 상환해 차입 구조를 장기화한다. 1000억원 중 800억원을 작년 4분기에 발행한 CP를 갚는데 쓴다. 3~6개월 만기로 발행된 것들이다. 나머지 200억원은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보유할 계획이다.
차입을 장기화하면서 자본을 늘리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후순위채는 일반적인 선순위 회사채보다 상환 순위가 한 단계 낮다. 만기 5년 이상인 경우 선순위 회사채와 달리 재무상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특히 하이투자증권에게 자본 확충은 시급한 과제였다. 지난해 내내 리스크 우려가 지속된 부동산PF 탓에 NCR(순자본비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 호황기에 PF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린 증권사였다. 다만 본PF로 전환되기 전에 실행되는 브릿지론과 상환 순서상 중·후순위 대출 비중이 높아 위기에 상대적으로 타격이 컸다.
2022년부터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분양 시장 분위기가 한 순간에 급변하자 결국 비용 처리가 시작됐다. 2022년 4분기 한 번에 803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한 뒤 지난해 매 분기마다 충당금을 쌓았다. 작년에 처리한 비용만 1324억원에 달한다.
NCR을 계산할 때 분자가 되는 영업용순자본이 지속 감소하면서 2020년부터 500%를 상회하던 NCR은 지난해 말 426%로 떨어졌다.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이 1000억원 증가하면 NCR은 다시 500%를 넘어설 수 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초임 임원' 이 같은 상황이 맞물려 류 본부장은 후순위채라는 수단을 고안해냈다. 그가 녹록지 않은 상황에 CFO로 부임했기에 조달 전략이 더욱 중요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모회사인 DGB금융지주의 지원을 받아 2022년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적이 있지만 후순위채는 2013년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류 본부장은 지난해 자체 감사 후 임원진에 대규모 변화가 생긴 시점부터 건전성 관리를 이끌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부동산PF 우려가 불거진 지난해 상반기 사업 전반에 대한 내부감사에 돌입했다. 감사 후폭풍도 셌다. 부동산PF 핵심 임원을 비롯 관리에 소홀했던 CFO와 CRO(리스크관리본부장)도 물러났다.
이 때 CFO 빈자리를 채운 인물이 류 본부장이다. CRO는 지주사에서 일하고 있는 신현진 그룹리스크관리총괄(전무)이 겸하기로 했지만 CFO는 뉴페이스를 기용했다. 1971년생으로 부산 브니엘고와 동아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 부산·경남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하이투자증권에 입사했다. 경력 대부분을 기획과 전략 관련 부서에서 쌓았다.
2022년부터는 DGB금융지주 미래전략부로 자리를 옮겨 비은행 계열사 관리를 비롯 M&A(인수합병), 해외 지분 투자 등에 관여했다. 이 무렵 류 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 하이투자파트너스 등 증권·운용 계열사를 주로 살폈다. 지주사에서 거시적 관점으로 회사를 살핀 역량을 바탕으로 신 CRO와 함께 리스크 관리와 건전성 회복에 앞장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