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점유율 1위(중국 시장 제외 시) LG에너지솔루션마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주요국 전기차 판매량 감소와 배터리 판가 하락으로 처음으로 연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 장래사업·경영 계획 정정 공시를 통해 2024년 매출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미드싱글(4~6%) 성장'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로 변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연매출이 역성장한 건 2020년 분사 이후 처음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세제혜택 규모 가이던스도 기존 '45~50GWh'에서 '30~35GWh'로 하향 조정했다. IRA는 미국 정부가 역내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셀과 모듈 등에 세제 지원을 하는 법안이다. 배터리 기업은 셀 1kWh 생산 시 35달러를 받는다. 모듈까지 생산하면 45달러다.
IRA 세제혜택이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현지에서 생산하는 배터리 출하량이 감소한다는 의미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도 LG에너지솔루션의 전망보다 꺾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전환 속도조절, 미국 정치 이벤트(대선) 등이 전기차 시장 변동성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산화리튬 같은 배터리 원재료의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판가가 낮아진 점도 올해 예상 매출 감소 요인이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2024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전기차 캐즘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며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당초 전년 대비 20%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10% 중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돼 판매량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공장 증설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 중인 ESS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 투자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5월 착공한 지 약 2개월 만이다. 이는 회사가 자본적지출(CAPEX)을 조정한 첫 사례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는 얼티엄셀즈 3공장 투자도 최근에 일시 중단됐다.
이 CFO는 "현재 진행 중인 신규 캐파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고정비 부담을 완화하고 비용 효율성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결기준 매출은 6조1619억원, 영업이익은 1953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8% 줄었고 영업이익은 57.6% 줄었다. IRA 세제혜택분은 4478억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2525억원 영업적자다. 전분기 손실보다 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