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그룹의 주가 저평가는 손익구조가 지나치게 국내에 편중된 영향도 있다. 내수산업의 특성에서 비롯된 성장 한계와 수익 포트폴리오 집중 리스크가 기업 투자가치 상승을 저해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나서며 해외부문 순이익 비중을 25~40%로 설정한 데도 이런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IBK기업은행도 2025년까지 전체 순이익에서 해외 사업 비중을 1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진출 후발주자이지만 국책은행 이점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빠르게 늘려가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따른다. 하지만 평가받는 잠재력 만큼 실질적인 성과가 달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기업은행은 구축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벨트를 토대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중국-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미얀마로 이어지는 아시아 금융벨트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금융벨트 구축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현재 연결고리 역할을 할 베트남·폴란드 법인에 대한 인가 작업에 한창이다.
◇13개국 60개 해외 네트워크…법인은 중국·인니·미얀마 단 3곳 기업은행은 23일 기준 현재 13개국에 걸쳐 총 60개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점포가 가장 많은 곳은 인도네시아다. 수도 자카르타 16개 점포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전역에 총 32개가 진출해 있다.
그 뒤를 중국이 잇는다. 국내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는 텐진(4곳)과 칭다오(3곳), 쑤저우(3곳) 등 모두 16개 점포가 소재한다. 이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폴란드에 사무소가 한 곳씩 있고 런던, 뉴욕 등에 지점이 나가 있다.
법인을 두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3곳이다. 이 중 아시아 금융벨트의 포문을 연 곳은 중국이다. 지난 2009년 6월 중국 내 5개 지점을 물적 분할해 설립된 중국유한공사는 설립 이래 꾸준히 성장하며 해외 사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유한공사의 총자산은 4조1199억원, 누적 순이익은 381억원이다. 지난 2020년 한때 순이익이 91억원으로 떨어졌던 것을 제외하면 매년 200억~300억원대의 순이익을 벌어왔다. 해외법인 중 그나마 든든한 수익 센터 노릇을 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인도네시아은행은 계속 적자를 내다가 2022년들어 81억원의 순익을 거두며 흑자전환했다. 특히 지난해 전년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순이익을 기록했다. 총자산은 1조6996억원, 누적 순이익은 전년 81억원 대비 92.6% 증가한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마지막으로 설립된 IBK미얀마는 출범 첫해인 2021년 군부 쿠데타로 3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서는 고정비 감축 등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IBK미얀마의 총자산은 2693억원, 누적 순이익은 16억원이다.
해외법인들이 현지에서 각자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갈길이 멀다. 세 법인의 지난해 누적 순이익 합은 553억원으로 해외 사업 첨병으로서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기업은행의 연결 순이익 2조6752억원 대비 해외법인의 순익은 2.1%에 불과하다.
◇해외사업 규모 확대 필요성…아시아, 유럽 잇는 글로벌벨트 구축 착수 기업은행 해외사업의 순이익 기여도는 미미한 수준이다. 독립적으로 수익을 실현해 줄 법인의 수 자체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IBK금융 전체 순이익에서 두 자릿수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확대가 필수다. 기업은행은 최소 두 곳의 해외법인을 추가로 설립해 규모를 해외사업 규모를 키운다는 구상이다.
기업은행은 우선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현지지점을 법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현지 금융당국 등과 인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베트남 법인을 앞세워 국내 기업의 진출이 계속 늘고 있는 산업단지 지역을 위주로 점포망을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해 둔 상태다.
구체적으로 법인으로 격상된 지점을 구심점으로 베트남 내 10개 내외의 점포망을 구축하는 게 중기 목표다. 베트남 법인 전환 작업이 마무리 되면 글로벌 금융벨트 구축이 본격화된다. 앞서 기업은행은 아시아 금융벨트를 유럽으로 확장하는 글로벌 금융벨트 구축 계획을 세웠다.
유럽금융벨트의 구심점은 지점을 두고 있는 런던과 폴란드 두 곳이다. 런던은 현재 추진 중인 동유럽 진출과 함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전망이다. 기업은행은 폴란드사무소를 현지법인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현지법인 전환을 통해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 및 EU 시장에 진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