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S-OIL)이 지속 가능한 경영 측면에서 상이한 성적표를 수령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와 관련해 국내외 기관으로부터 고르지 못한 등급을 부여받았다. 특히 국제 기관 평가에서 등급이 다소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각 기관별 세부 평가 기준이 상이한 만큼 등급도 다르게 나타났지만 현재 대부분의 주주가 외국인인 것을 고려하면 다소 불리한 결과다.
국내 석유 피어그룹(비교군)과 놓고 보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전체적으로 국내 대비 해외 기관 평가가 낮은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에쓰오일에 대한 평가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비춰볼 때 에쓰오일이 국내 피어그룹 대비 사회와 지배구조 면에서 다소 열위에 있는 상황이다. 향후 글로벌 투자자 대응과 관련해 해당 지표를 개선하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에쓰오일은 지난 몇 년간 ESG 평가 결과가 다소 상반되게 나타나고 있다. '우수, 평균, 미달' 식으로 단순 가정했을 때 우수 혹은 평균처럼 등급이 아예 다르게 잡히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평가 기관은 대개 우호적인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반면 올해 글로벌 신용평가사, 투자은행 등 해외 기관에서의 평가는 대부분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발표하는 ESG 점수가 대표적이다. 모건스탠리는 자회사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을 통해 관련 점수를 매기고 있는데 지난 5년간 에쓰오일 등급을 계속해서 '중하위'로 책정했다. 구체적으로 Leader(AAA, AA), Average(A, BBB, BB), Laggard(B, CCC) 중 BB 등급이다. 앞서 2020년까지 BBB 등급을 유지했으나 이듬해 강등됐다.
이는 피어그룹 내 열위 상태에 놓여있다는 뜻이다. MSCI는 전세계 주요 정유·가스 정제사 165개와 비교해 해당 결과를 도출했다. 이 피어그룹 가운데 에쓰오일 ESG 평가 순위는 하위 36%다. 글로벌 정유사를 일렬로 세웠을 때 100위권에 위치한 그림이다.
국내 피어그룹만 따져봤을 땐 지배구조 면에서 국내 동종 기업인 'SK이노베이션' 보다 열위에 있다. 종합 점수는 에쓰오일이 41점으로 SK이노베이션(35점) 대비 높지만 지배구조에 대한 평가 항목은 더 낮게 나타났다.
MSCI 세부 평가는 대체로 박했다. 세부 35개 ESG 지표 중 최상위 등급인 Leader로 평가된 항목이 전무했다. 반면 최하위권 항목은 다수 포진했다. 반독점 위반 및 근로자 안전 항목이 Laggard 등급으로 평가됐다. 앞서 에쓰오일은 각각 2020년, 2022년 사법 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생산 시설이 위치한 경상북도 울산 지역 내에서의 안전관리법 위반 제재다. 해당 내용이 ESG 평가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 평가도 유사했다. 무디스는 당해 에쓰오일 ESG 점수를 Limited로 평가했다. 이는 자체 평가 등급(Advanced, Robust, Limited, Weak) 가운데 3번째 순위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3개 카테고리 모두 Limited 등급에 그쳤다. 무디스는 ESG 세부 평가 내용을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점수 상으로는 지배구조 항목 배점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해당 항목엔 이사회, 주주, 임원 보수 등이 주요 평가 지표로 포함돼 있다.
이와 달리 국내 기관 평가는 대체로 후한 편이었다. 대표 ESG 평가 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지난해 에쓰오일 ESG 등급을 A+로 직전년도 대비 한 단계 올렸다. 최고 등급인 S를 제외하면 상위 2번째다. 지난해 기준 총 987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 평가 법인 중 S 등급은 전무, A+ 등급은 2%에 그쳤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최고점을 받은 그림이다.
KCGS는 무디스와 달리 에쓰오일의 지배구조 항목을 가장 우수하게 평가했다. 이는 에쓰오일 지배구조 핵심 지표 준수율이 개선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금융 당국은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평가 지표가 담긴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에쓰오일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전년대비 20% 개선됐다. 이에 따라 ESG 체제 개선이 확인된다는게 KCGS 측 입장이다.
향후 과제는 기관별 평가 격차 해소다. 구체적으로 해외 기관에서의 ESG 등급 개선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활발히 기업설명회(IR)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만큼 비재무지표 성과 관리가 요구된다. 에쓰오일 주주도 대부분 외국인(78.7%)으로 구성돼 있다.
에쓰오일은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초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IR을 통해서도 탄소 감축 로드맵 등 장기적인 ESG 방향성을 시장과 공유하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ESG 펀드 등 해당 부분에 특화된 투자자가 아닌 이상 아직까진 IR 활동에서 ESG 등급 때문에 제약이 있는 부분은 없었다"며 "다만 내부에 ESG 전담팀이 구성돼 있고 해당 조직을 중심으로 주주 환원, 지배구조 등 ESG 활동 관련 개선점을 계속해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