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2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건전성 관리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신용 차주의 비중이 큰 카드사와 캐피탈사, 저축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연체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2금융권 각 금융사별 건전성 지표 흐름과 차주별 관리 현황 등을 심층 분석해본다.
페퍼저축은행이 여신 규모를 대폭 줄인 탓에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계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이 커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자 부실채권이 빠르게 늘어났다. 올 하반기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정상 자산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가운데 여신 건전성 관리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총여신 규모 33.4% 급감, 연체율 12% 웃돌아
지난해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9.39%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19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2022년 말(4.12%)과 비교하면 5.27%p 상승한 수치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애큐온저축은행은 5.09%를 기록해 4.3%p 차이를 보였다.
올 들어서도 연체율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계속됐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12.4%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지난 1년간 가장 큰 연체율 상승 폭을 기록한 셈이다. 작년 말과 비교해 연체율이 3.01%p 뛰었다.
페퍼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총여신 규모와 반비례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연체율 계산의 모수가 되는 총여신 규모 빠르게 줄면서 연체율이 급상승한 것이다.
작년 말 기준 페퍼저축은행은 79개 저축은행 가운데 연간 총여신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작년 말 총여신 규모는 3조6009억원으로 2022년 말(5조4025억원)과 비교해 무려 1조8016억원 줄었다. 감소율로는 33.35%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말 총여신은 3조157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2.32% 줄었다.
자산 규모 1위인 SBI저축은행이 같은 기간 13조8811억원에서 12조2307억원으로 1조6504억원 감소하며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여신 규모가 1조원 이상 줄어든 곳은 애큐온저축은행까지 3곳이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영업을 재개했고 적극적으로 부실채권을 매각할 계획이기에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와 연체율 하락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인 차주 상환 능력 위축에 NPL 증가, PF 영향은 제한적
페퍼저축은행은 총여신은 줄었지만,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증가하며 여신 건전성이 나빠졌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NPL 규모는 5313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동기 3521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50.9% 뛴 수치다. 이에 따라 NPL비율도 16.83%를 기록하며 1년 새 10.22%p 급상승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자산을 줄이며 전체 포트폴리오를 재설정했다. 개인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 기업대출을 늘렸다. 1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1조6128억원으로 전체 대출금 중 51.08%에 해당한다. 가계대출 잔액은 1조5141억원으로 47.96%를 차지한다. 전년 동기보다 가계대출 비중이 2.79%p 감소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했지만, 여전히 전체 대출채권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1분기 기준 개인의 대출채권은 1조4902억원으로 전체 대출잔액의 47.2%에 해당한다. 전 분기(46.51%)와 비교해도 비중이 늘었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애큐온저축은행은 같은 기간 35.16%를 기록했다. 개인의 상환 능력이 건전선 관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컸다는 뜻이다.
소액신용대출 연체율도 6%를 넘겼다. 소액신용대출이란 300만원 이하의 신용대출로 갚을 여력이 떨어지는 차주들이 많다. 대출 자체는 쉽지만, 최상단 금리에 맞닿아 있다. 1분기 말 소액신용대출 잔액은 228억원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6.31%로 1년 새 1.31%p 상승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연체율 자체도 높은 편이다. 연체율 합계는 17.41%를 기록했고,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17.32%로 나타났다. 건설업 대출 연체율이 24.1%로 가장 높았다. 최근 문제가 된 PF 대출잔액이 2246억원으로 비중이 크지 않아 영향은 제한적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