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기업집단 톺아보기

DL케미칼, 크레이튼 '승자의 저주' 극복 '발판'

②2020년대 초반 연속 인수로 부채비율 급등, 올해 이자 딛고 순이익 기록

박기수 기자  2024-06-24 15:16:10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면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함께 봐야 한다. 전자는 '빚의 규모와 질'을 보여준다. 자산에서 부채와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비롯해 부채 내 차입금의 비중과 형태 등이 나타난다. 후자는 '빚을 갚을 능력'을 보여준다.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통해 이자와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THE CFO가 레버리지 지표와 커버리지 지표를 통해 기업의 재무 상황을 진단한다.
DL그룹은 저금리 시대의 끝 무렵 '빅딜'을 단행했다. 미국의 카리플렉스(Cariflex)와 크레이튼(Kraton)을 인수하면서 그룹 핵심인 화학 사업의 몸집을 크게 불렸다. 인수 후 단기적 성과는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재무적 내상의 아픔이 크게 다가온다. 다만 올해 성적 반등을 통해 중장기적인 DL그룹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카리플렉스는 원래 크레이튼이라는 미국의 대규모 화학사 내 하나의 사업부였다. 2019년 10월 말 DL케미칼(당시 대림산업)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고부가가치 합성고무와 라텍스 생산 기업인 카리플렉스를 인수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리고 이듬해 3월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DL케미칼은 2022년 3월 카리플렉스의 모회사인 크레이튼을 통째로 인수했다.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크레이튼은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을 제조하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으로 접착제와 도료, 윤활제, 의료용 장갑 등 다양한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한다. 특히 폴리머 사업의 주력 제품인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었다.

크레이튼 인수의 경우 LBO(Leveraged buyout)를 사용했다. DL케미칼은 인수를 위해 자회사로 'DLC US Holdings'를 세우고 그 밑에 손자회사로 'DLC US Inc.'를 설립했다. DLC US Inc.에 DL케미칼의 자본이 투입됐고 자체 외부 차입이 이뤄졌다. 여기서 '외부 차입'의 비중이 상당했다. DL케미칼은 인수금융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를 확보하고 국책은행에서도 약 1조원의 금융 지원을 얻어냈다.

이후 크레이튼을 인수한 DLC US Inc.는 크레이튼과 합병이 이뤄졌고, 현재 크레이튼을 인수하기 위해 조달된 차입금은 크레이튼 내 부채로 잡혀있다.


카리플렉스의 영업 상황은 나쁘지 않다. 2022년과 2023년 각각 611억원, 56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는 1분기 순이익으로 27억원을 기록 중이다.

문제는 대량의 인수금융을 떠안고 있는 크레이튼이다. 2022년 크레이튼은 50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음에도 금융 이자 탓에 41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작년에는 영업에서도 1563억원의 적자가 났다. 이에 순손실 규모는 2257억원으로 커졌다. 인수를 위한 차입이 이뤄졌지만 인수 직후 적자가 연이어 발생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DLC US Holdings(크레이튼)의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2조5236억원, 1조916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132%다. 부채 중 비유동부채는 1조8678억원인데 인수금융으로 추정되는 금액이 여기에 상당 부분 녹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의 경우 부채가 2조5187억원으로 늘어 부채비율도 151%까지 상승했다.

가장 중요한 DL케미칼 재무는 어떨까. 카리플렉스와 크레이튼을 연속으로 인수하면서 DL케미칼 연결 차입금은 1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훌쩍 불어났다. 2021년 말 1조2501억원이었던 총차입금은 올해 1분기 말 4조4895억원까지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1분기 말 기준 311%로 높은 편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타격이 컸던 부진기를 지나 올해 1분기에는 DL케미칼 본사와 크레이튼 모두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크레이튼은 올해 1분기 순이익으로 77억원을 기록했다. 이자비용이라는 짐을 지고 있는 상황에서 77억원의 순이익을 빚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DL케미칼 본사의 반등도 주목할 만 하다. DL케미칼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297억원, 1178억원이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1조1192억원)은 비슷하지만 영업이익(184억원)은 무려 6.4배 늘어났다. 주력인 폴리에틸렌(PE)와 폴리뷰텐(PB) 등의 스프레드 확대로 수익성 개선을 이뤄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