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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 만기 늘리는 ㈜한진, 차입구조 장기화 '시동'

이자비용 하락에 장기채 '선회'…단기사채·차입금 규모도 '축소'

권순철 기자  2024-05-27 16:20:36
㈜한진이 다시 공모 회사채 만기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1년 이하로 트랜치를 구성해 공모채를 찍었던 반면 올해부터 장기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하반기 공모채를 추가로 발행할 경우에도 1년 6개월 이상 만기가 주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진은 매년 2, 3년 만기 이상의 공모채를 찍었지만 2022년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단기 비중을 늘렸다. 다만 최근 들어 크레딧물 금리 하락으로 금융비용 부담이 줄면서 단기 사채 및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공모채 만기 길어진다…이자비용 부담 '감소' 영향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하반기 공모채 시장을 한 차례 더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인 발행 규모와 주관사단은 미정이지만 발행할 경우 차환이 주요 목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진은 오는 6월과 7월 각각 480억, 7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만기 구성도 논의 중에 있지만 1년 6개월물 이상이 될 것으로 유력하다. 회사 측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지만 짧은 만기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며 "1년 이하보다는 1년 6개월 이상 트랜치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한진이 찍는 회사채에서 장기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가리키는 대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년 이하 단기 비중이 컸던 것과는 대조적인 양상이다. 2023년 기준 ㈜한진이 발행한 공모채 700억원 가운데 1년 이하 트랜치 규모는 450억원이었다. 여태까지 ㈜한진이 공모채 시장에 나와서 1년 이하로 만기를 구성했던 첫 사례이기도 했다.

올해부터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 ㈜한진은 1.5년물과 2년물로 트랜치를 구성해 각각 270억, 400억원을 모집했다. 당시 트랜치별로 620억, 1010억원의 주문을 받은 데 이어 언더금리로 물량을 채우는 데 성공했다. 하반기 추가 발행 때도 1.5년물 이상을 예고하는 등 전반적으로 공모채 만기가 다시 길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이자비용 이슈가 덜 부각되면서 장기 회사채 발행을 감당할 여력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발행한 1.5년물의 금리는 3.420%로 2023년 7월 1년 만기로 발행했을 때(5.234%)와 비교해 200bp 가까이 절감할 수 있었다.
출처: ㈜한진
◇차입구조 장기화 '재시동'…단기사채·차입금 규모 '축소'

㈜한진은 공모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차입 구조를 다시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2022년 이전까지는 단기 사모채나 기업어음(CP)을 활용하지 않고 2년 혹은 3년 이상 트랜치의 공모채만을 발행했다. 다만 2년 전부터 금리 인상 여파로 크레딧물 금융비용이 급등하면서 만기가 긴 회사채의 비용을 감당하기 쉽지 않아졌다.

특히 2021년부터 2년간 메가허브터미널 물류 인프라 투자에 약 5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투자 지출이 확대되면서 차입 부담도 쌓였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진의 현금창출력 대비 금융비용 부담을 나타내는 EBITDA/이자비용 값은 2.5배로 전년(2.6배) 대비 감소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크레딧 스프레드가 줄어들고 트리플 B급 이슈어를 향한 투심이 양호하게 흘러가면서 다시금 만기 구조가 길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진이 발행한 단기사채 규모는 1050억원이었지만 지난 3월 말 기준 940억원까지 떨어졌다.

단기 차입금 규모도 감소했다. 지난해 말 ㈜한진의 단기 차입금은 1748억원으로 전기말(661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다만 지난 1분기 단기 차입금은 1539억원으로 약 12% 감소했다. 중국광대은행에서 빌린 200억원 규모의 유동 차입금을 털어낸 영향이 컸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진은 인천신항 부지 매입, 안산 및 평택 부근 허브터미널 증축 등 향후 대규모 투자가 예고돼 있다. 전체적인 차입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장기 회사채의 금리가 떨어지면서 ㈜한진으로서는 단기 비중을 현재와 같이 유지할 유인이 어느 정도 희석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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