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진그룹이 추가적인 자금조달에 나선다. 연초부터 그룹 내 대한항공, 한진칼 등이 성황리에 공모채 조달을 마무리 지었고 이달에는 그룹의 물류·택배 사업을 영위하는 ㈜한진이 공모채를 통해 5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한진이 BBB급의 신용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조달에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리테일 수요가 많은 발행사인만큼 조달 금리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출지가 관건이라고 봤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진칼의 경우 개별민평금리 대비 세자릿수의 가산금리(스프레드)를 축소했다.
◇ 풍부한 투자 수요에 주관사단 축소… 한국·유진증권 2곳만 선정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17일 공모채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다. 만기구조(트랜치)는 1.5년물과 2년물로 나눠 각각 200억원, 300억원 등 총 500억원을 모집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할 수 있다.
㈜한진은 연중에도 한 두 차례는 공모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정기 이슈어다. 지난해에도 3월과 7월 두 차례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각각 400억원씩 모집에 1500억원, 1540억원 등을 모으면서 개별민평금리 대비 스프레드를 두 자릿수 이상 낮췄다.
이번 발행을 위한 대표주관사로는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 두 곳을 선정했다. 인수단은 삼성증권,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하이투자증권, 흥국증권, 한양증권 등이 선정됐다. 희망금리밴드는 1.5년물의 경우 개별민평금리의 '-50bp~par(0)', 2년물의 경우 '-40bp~par'로 제시했다.
그간 ㈜한진은 주관사단의 수를 유동적으로 가져갔다. 2022년 6월만 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유진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7곳까지 확대했으나 이후 5곳, 3곳 등으로 줄여왔다. 이번에는 2곳으로 압축하면서 자신감을 보여줬다. 이는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라고도 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한진을 비롯한 그룹 전반이 리테일 선호도가 큰 곳으로 수요가 풍부한 데다가 BBB급을 담고 싶어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가 많은 곳인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진의 신용등급은 BBB+로 하이일드 채권으로 분류된다.
◇ ㈜한진, 올해 매출 목표 3조650억 제시 1958년 설립된 ㈜한진은 한진그룹 소속의 종합물류업체로 택배, 육운, 하역·해운, 운송주선사업 등을 영위한다. 그룹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과 대한항공 지분을 전량 매각했고 현재 최대주주는 한진칼(24.16%)이다. 특수관계자 지분 등을 포함하면 27.52%다.
지난해말 연결 기준 매출은 2조8075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대비 1.5%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7% 가량 증가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261억원으로 같은 기간 49.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차입금 및 금리인상 등으로 인한 이자비용이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한진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액 7139억원, 영업이익 2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매출은 5.7% 증가, 영업이익은 1.7% 줄었다. 1분기에는 다소 실적이 주춤했으나 2분기 이후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올해 매출 3조650억원, 영업이익 138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진은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2025년 매출 목표를 4조5000억원에서 3조5000억원으로, 영업이익 2000억원에서 1750억원으로 소폭 조정했다.
◇ 대한항공보다 조달 금리 낮았던 한진칼, BBB급 수혜 봤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채권 선호도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칼을 필두로 산하의 대한항공, ㈜한진 등의 인지도가 높고 국내 몇 안 되는 하이일드 채권이었던만큼 리테일 수요가 많다. 특히 공모주 하이일드 펀드의 경우 국내 채권을 60% 이상 담아야 하는데 신용등급 BBB+ 이하 회사채 45% 이상을 보유해야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의 경우 이번 공모채 발행 때 신용등급이 BBB+에서 A-로 상향조정되면서 오히려 한진칼(BBB+)이 수혜를 보기도 했다. 지난 2월 한진칼은 2년물 300억원 모집에 1210억원의 유효수요를 모았다. 개별 민평금리 대비 -250bp에서 물량을 모두 채웠다. 500억원 증액발행 기준 스프레드는 -191bp에서 발행에 성공했다.
같은 달 진행된 대한항공 수요예측에서는 2년물(1500억원), 3년물(2100억원), 5년물(900억원)을 각각 -23bp, -40bp, -71bp에서 발행됐다. 확정금리는 각각 4.406%, 4.499%, 4.794%였다. 한진칼 2년물의 발행금리(4.201%)가 대한항공보다 더 낮았다. 이번 ㈜한진의 수요예측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