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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음'에 발목 잡힌 네이버 총수 이해진

친족의 계열사 임원 재직에 걸려 총수 지정 유지…2017년 동일인 지정시에도 논쟁

원충희 기자  2024-05-22 08:22:45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총수의 멍에를 벗었지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이번에도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위 개정안 4개 항목 중 친족의 계열사 임원 재직여부가 걸렸다. 계열사로 분류된 개인회사 '지음'에 혈족 2촌이 대표이사로 있기 때문이다. 그가 총수 족쇄를 풀려면 지음의 대표이사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2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동일인(총수) 지정 예외조건 4개 항목을 설정했다.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데다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자금대차가 없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의 창업자 송치형 회장은 총수 지정에서 벗어났다. 그는 작년까지 두나무 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됐으나 올해는 두나무 법인 자체가 동일인이 됐다. 예외조건 4개에 모두 해당됨에 따라 동일인 변경을 신청했고 공정위가 받아들였다.

이와 달리 총수 지정 때 상당히 저항했던 네이버의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공정거래위원회와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네이버를 재벌(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로 볼 것인가, 이해진 GIO를 총수라 볼 것인가를 둔 논쟁이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가 이 GIO를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하려 하자 당시 네이버 측은 이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공개석상에 거의 나오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이 GIO가 직접 공정위를 찾아가 당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호소했다.

이때 네이버가 들고 나온 카드는 '총수 없는 대기업'이다. 이 GIO의 보유지분이 당시 4%대에 불과하고 친·인척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재벌과 잣대가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이 GIO가 네이버 이사회에서 아예 빠지고 지분도 일부 매각해 3.73%로 줄여도 공정위는 이해진 GIO를 총수로 지정했다.

네이버가 동일인 지정을 극도로 기피하는 이유는 공정법상 문제가 생길 경우 법인이 아닌 총수 개인에게 화살이 겨눠진다는 점이다. 2020년 공정위가 기업집단 신고 과정에서 계열사를 누락한 혐의로 네이버를 검찰 고발할 때 타깃이 이 GIO 개인이었다. 만약 네이버가 총수 없는 대기업이었다면 법인이 고발 대상이 됐을 것이다.

이 GIO는 네이버의 지분만 갖고 있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그룹 계열사에서 친족 출자나 지분이 없다. 본인과 친족 모두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자금대차가 없다. 다만 계열사로 지정된 총수 개인회사 지음(지분 100%)의 경우 혈족 2촌인 이해영 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즉 이 GIO가 총수 지정에서 벗어나려면 지음을 계열사에서 빼거나 대표이사를 친족이 아닌 다른 이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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