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배당정책 리뷰

네이버 배당절차 손질…'깜깜이 배당' 고친다

정기 주총서 '선 배당액 후 배당기준일'로 변경‥투자자 예측 가능성 제고

박서빈 기자  2024-03-25 15:27:23

편집자주

분기·연간 실적 발표 때마다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기업이 발표하는 배당정책이다. 유보 이익을 투자와 배당에 어떤 비중으로 안배할지 결정하는 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핵심 업무다. 기업마다 현금 사정과 주주 환원 정책이 다르기에 재원 마련 방안과 지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주요 기업들이 수립한 배당정책과 이행 현황을 살펴본다.
네이버가 배당절차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다. '선 배당기준일, 후 배당액 확정 방식'을 '선 배당액, 후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꿔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대부분의 국내 상장사는 연말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한 후, 다음 해 봄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액을 정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받을 배당금을 알지 못한 채 투자를 한 뒤 주총에서 결정되는 배당액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배당액을 확정한 후 배당받을 주주를 정하고 있다.

네이버가 오는 26일 열릴 제25기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이익배당과 관련한 정관 변경 의안을 올렸다. 이사회 결의로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한 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기준일을 2주 전에 공고한다는 방침이다. 정관 변경안은 주총 통과와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변경 목적은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 제고다. 배당기준일을 이사회 결의로 정할 수 있게 해 투자자들이 배당액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네이버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예고한 변화다. 그는 지난달 열린 작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배당 규모 확인 후 투자를 결정할 수 있는 주총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 기준일을 분리할 것"이라며 "배당 절차를 개선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상정해 주주환원 예측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무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배당 절차 개선을 추진한 배경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꼽힌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차이가 있는 배당절차가 배당투자 활성화를 저해하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글로벌 배당주 펀드 매니저 등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배당주 투자를 '깜깜이 투자'라고 비판하며 제도개선을 지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게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배당절차가 개선되면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 유입 등이 활발해 질수 있는 점을 노린 셈이다.

최근 네이버는 주주환원 보폭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발행주식의 1%(약 3053억원)에 해당하는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다. 유통 주식 수를 감소시키는 자사주 소각은 나머지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가 있어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약 1190억원을 현금 배당을 처리할 예정이다. 재작년 사업 연도 배당 대비 91% 늘어난 규모로, 이는 지난 2년 평균 연결 잉여현금흐름(FCF)의 20%다.

모두 작년 5월 발표한 주주환원 계획의 일환이다. 네이버는 주주환원 계획으로 2022년 사업연도를 포함한 향후 3년 동안, 최근 2개년 평균 연결 FCF의 약 15~30%를 현금으로 배당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매년 발행 주식 수의 1%를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