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여파로 2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뒷걸음질 쳤다. 특히 리튬 등 원재료값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 증가가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부채비율이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엘앤에프의 유동성 위기는 현금 유입의 지연과 대규모 투자가 겹쳐 빚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호황기를 대비해 캐파를 미리 확보해 놓겠다는 목표지만, 최근 지속된 영업손실에 '돈줄'이 막힌 만큼 차입을 통해 실탄을 마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년 만에 단기차입금 2배 늘어…부채비율도 반등 엘앤에프의 차입금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1조767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8661억원)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해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 영업손실 규모가 커지며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앤에프는 단기차입금을 늘리는 전략을 꾀했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수요 회복에 어려움을 겪은 지난해 장기차입금은 4755억원으로 전년(4252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반면 단기차입금은 같은 기간 3817억원에서 7006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1년 만에 장기와 단기 차입금 규모가 역전된 셈이다.
일반적으로 단기차입금의 이자율은 장기차입금보다 낮은 편이다. 운전자본과 같은 단기 자금이 부족할 경우 단기차입금을 주로 사용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1년의 짧은 상환기간이란 제약이 있지만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엘앤에프가 단기차입금 규모를 늘린 이유는 전기차 캐즘이 짧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특히 올해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제품에서 니켈 함량을 90% 중반대까지 끌어올린 제품을 출시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리튬인산철(LFP) 양극재도 내년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다만 부채비율이 크게 증가한 부분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1.9%를 기록했다. 차입금의존도도 54.1%까지 상승해 부채비율이 전년(135%)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순차입금/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8.8배를 기록했다. 엘앤에프의 순차입금/EBITDA의 경우 EBITDA가 -1758억원이다.
엘앤에프는 현금흐름도 둔화된 상황이다. 지난해 운전자본변동 분을 반영한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374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잉여현금흐름(FCF)도 -8641억원을 거둬 전년(-1조1475억원)보다 소폭 줄였지만, 적자를 이어갔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고객 수요가 올해도 감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증설과 관련해서는 시점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채비율이 높아진 만큼 증설 투자는 일부 자본조달 외에는 자체 현금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릿고개 넘는 엘앤에프…1분기도 영업손실 2000억원 엘앤에프는 올 1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이어갔다. 1분기 영업손실 2038억원을 거둬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6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4% 감소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더해 메탈과 리튬 가격이 내려 판가가 하락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은 올해 1월 한때 ㎏당 86.5위안까지 떨어졌다. 최근 소폭 회복했지만 속도는 느리다. 지난달 30일 기준 탄산리튬 가격은 ㎏당 109.5위안으로 나타났다.
원재료 값이 내려가며 재고평가손실이 커진 부분도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1분기 재고자산평가손실은 832억원이 반영됐다. 엘앤에프는 추가적인 원재료 가격 하락이 없다면 재고자산평가손실은 1분기에 마무리돼 추가적인 일회성 비용 인식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는 2분기부터 출하량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분기 말부터 주력 제품인 양극재 'NCMA90' 제품 출하량이 증가했고, 'NCM523' 출하량 또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 증가세에 따라 2분기는 전 분기 대비 출하량이 20~3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 계획 대비 출하량 목표치도 기존 -3∼-5%에서 +3∼+5%로 상향 조정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46파이향 제품은 올 7월 말부터 양산이 확정됐으며, 니켈 함량 95%의 원통형 이차전지 제품도 10월 양산할 계획"이라며 "캐즘 시기 이후의 경쟁력을 확보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