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한국지엠이 지난해 모회사인 지엠(General Motors, GM)에 기술과 지적재산권 등을 사용하는 대가로 수천억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로열티 계약이 시작된 이후 5년간 지불한 금액이 1조6000억원을 넘어선다. 로열티 비용은 한국지엠이 매년 부담하는 비용 가운데 큰 규모를 차지한다.
단 한국지엠이 기술 사용 대가만 치르는 건 아니다. 반대로 다른 기업들에 보유 기술을 제공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최근 해당 수익 규모가 수백억원대로 줄었지만 과거에는 20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알짜 수익원'이었다.
최근 공시한 한국지엠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와 맺은 로열티 계약으로 부담한 비용은 5071억원이다. 전년 대비 83%(23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특수관계자와 거래에서 치른 비용 가운데 가장 컸다. 해당 비용은 전액 매출원가로 계상돼 손익 계산에 반영됐다.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는 GM의 다른 자동차 브랜드인 '캐딜락'을 수입·판매하는 국내 법인이다. 사업 목적 중 하나가 GM의 차량 기술을 포함한 무형재산권의 임대다. 이에 대한 임대료를 받아 수익으로 계상한다. 그 수익처가 한국지엠이다. 한국지엠은 GM의 또다른 자동차 브랜드인 '쉐보레'의 차량을 제조하고 수입해 판매한다.
두 법인은 최상위 지배기업이 GM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는 GM Asia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국지엠은 GM인베스트먼트 등을 포함한 GM 계열사 3곳이 지분 76.96%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중국의 상하이자동차(SAIC Motors)와 한국산업은행이 각각 6.02%, 17.02% 들고 있다.
한국지엠이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와 로열티 계약을 맺은 시점은 2018년이다. 이전에는 다른 GM 관계사와 '비용부담협약(Cost Share Agreement)'을 맺고 기술과 무형재산 사용료 등을 지급했으나 이 해에 관련 계약이 바뀌었다. 로열티 계약은 특허와 저작권, 상표 등 지적재산 사용에 대해 보유 당사자에 지급하는 계약을 말한다.
관련 계약이 로열티 계약으로 대체된 2019년부터 지난해 2023년까지 5년간 한국지엠이 GM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에 지급한 로열티 비용은 총 1조6120억원이다. 계약 세부사항은 확인되지 않지만 한국지엠 매출이 증가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로열티 비용도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매출과 연동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거 국내에서는 한국지엠이 GM에 지급하는 기술 사용료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비용부담협약을 로열티 계약으로 바꾼 2018년에 GM이 비용부담협약을 활용해 한국지엠으로부터 연구개발비 목적으로 과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시민사회에서 제기됐다. 당시 한국지엠은 수천억원의 적자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여론은 좋지 않았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2018년에 그러한 비판이 있었던 걸 기억한다"며 "로열티 계약으로 바꿈으로써 정보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지엠은 기술 '사용'으로 막대한 비용을 치르지만 기술 '지원'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다. 지난해 한국지엠이 여러 기업과 '기술지원 계약'을 맺고 올린 수출 매출액은 128억원이다. 지난해 로열티 비용의 약 40분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지만 과거 2009년과 2010년에는 기술지원 계약으로 2년 연속 2500억원의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간을 넓히면 2004년부터 2023년까지 20년간 기술지원 계약으로 한국지엠이 거둔 수출 매출액은 총 2조138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이 기술지원 계약으로 올리는 수익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술지원 대상에 GM과 그 관계사들이 포함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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