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콘텐츠가 속속 전세계적으로 흥행세를 타고 있다.하지만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는 찬바람만 불고 있다. 국내 대표 OTT인 티빙, 웨이브, 왓챠 모두 2022년 대규모 손실을 봤다. 시청자의 눈높이가 한껏 높아져 콘텐츠 제작비는 늘었지만 유료 가입자 수는 빠르게 늘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투자를 멈출 수도 없다. 불황을 견디는 OTT업체들의 묘수를 살펴본다.
오랫동안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점유율(M/S) 1위를 수성하던 콘텐츠웨이브는 KT시즌과 합병한 티빙에 왕좌를 내줬다. 최근에는 쿠팡플레이에도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결국 OTT 사업자가 활동할 무대는 글로벌이라는 점에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작년 말 코코와(KOCOWA, Korean Content Wave)를 인수하면서 국내 OTT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미주 지역에 깃발을 꽂았다. 현지 유료방송 업체들과 활발한 제휴도 펼치면서 K-콘텐츠를 좋아하는 마니아층을 공략할 방침이다.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내년 기업공개(IPO)를 약속한 만큼 성장성을 증명하는 게 핵심이다.
◇티빙·쿠팡플레이에 MAU 밀린 웨이브, '킬러 콘텐츠' 찾을까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콘텐츠웨이브의 웨이브(wavve)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토종 OTT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하지만 티빙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그룹 파라마운트와 제휴를 맺고 꾸준히 콘텐츠 라인업을 확대하고 KT시즌과 합병하면서 KT그룹과 결합 상품을 연달아 선보이며 웨이브를 추월했다.
올 들어 웨이브는 'SNL 코리아 시즌3' 인기에 탄력을 받은 쿠팡플레이에도 2위 자리를 내줬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웨이브의 MAU는 369만9814명을 기록했다.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MAU는 각각 459만9146명, 409만4144명을 기록했다.
특히 작년 11월 이후 웨이브 MAU는 매달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콘텐츠 투자를 메우려면 계속해서 고객을 붙잡아둘 '킬러 콘텐츠'가 필요한데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만큼 '타율'을 높이는 게 중요할 전망이다.
이달 28일 공개되는 생존 서바이벌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 '피의 게임 2'가 특히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앞서 2021년에 공개된 '피의 게임 1'은 웨이브 역대 오리지널 예능 가운데 가장 높은 신규 유료 가입자 견인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배우 이나영의 4년만의 복귀작이자 첫 OTT 오리지널 작품 '박하경 여행기'도 올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의 첫 OTT 연출작인 '국가수사본부'도 지난달부터 공개됐다. 올해 10편 이상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를 예고한 만큼 MAU를 개선할지 주목된다.
◇웨이브아메리카 지분 40%확보, K-콘텐츠 중심 현지 마니아층 공략
다만 콘텐츠웨이브는 국내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본격적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북미 거점 확보 차원에서 901억원을 들여 웨이브아메리카(wavve Americas, Inc.) 지분 40%를 인수했다. 미주 지역에 직접 자회사 형태로 진출한 건 국내에서 콘텐츠웨이브가 최초다.
웨이브아메리카는 2017년부터 미주 지역 콘텐츠 플랫폼 '코코와'를 운영해왔다. 2021년에 이미 12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현재 미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미주지역 30여개 나라에 K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자체 서비스 'KOCOWA+'뿐 아니라 현지 유료방송 채널과 제휴를 활발히 맺으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Amazon Prime Video), 구글TV(Google TV), 라쿠텐 비키(Rakuten Viki), 로쿠(Roku), 컴캐스트 엑스피니티(Comcast Xfinity), 주모(Xumo), 콕스(COX) 등 현지 OTT 및 케이블TV사와 제휴를 맺고 K-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라인업을 비롯해 해외 전역에서 인기 있는 국내 드라마나 글로벌 아티스트 콘텐츠를 여기 실을 계획이다. 또 코코와가 보유한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자막과 더빙을 활용해 다중자막 서비스를 확대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됐다.
콘텐츠웨이브는 추후에도 글로벌 미디어그룹들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콘텐츠를 공동 투자하고 가입자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콘텐츠웨이브 관계자는 "아시아계보다는 한류에 관심이 많은 K-드라마 팬들이 많이 가입하고 있어 계속 확대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현지 주요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기엔 라인업이 다르니 마니아층을 계속 공력해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2019년 FI에 약속한 5년 내 IPO 추진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로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높은 성장성을 강조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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