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수익성 부문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과거 알리안츠그룹 때부터 이어온 저축성보험 중심 보험 포트폴리오가 IFRS17 수익성 지표 보험계약마진(CSM)을 확보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했다. 저축성보험은 타 상품 대비 마진율이 낮게 형성된다.
IFRS17 전환에 발맞춰 저축성보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보장성보험을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저축성보험 비중이 크다. 이는 미래 수익성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래 수익성을 가늠할 수 있는 원수보험계약 3년 초과 기대상각 CSM 개선세는 더딘 것으로 나타난다.
◇IFRS17 도입 후 연간 손익 120억→-462억으로 전환 ABL생명의 연간 수익성은 IFRS17 도입 전후로 판이하게 달라진다. IFRS4을 적용한 결산공시에 따르면 ABL생명은 2022년에 12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IFRS17으로 2022년 실적을 환산하면 462억원의 순손실로 뒤바뀐다. 0.06%이던 총자산수익률(ROA)은 -0.28%로, 자기자본수익률은 1.02%에서 -4.73%로 떨어진다.
수익성이 쪼그라든 배경에는 저축성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자리한다. ABL생명은 지난 2016년 말 다자보험(안방보험)에 매각되기 전 1999년부터 독일 알리안츠그룹을 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모그룹의 보험상품구조를 활용해 변액보험과 저축성보험에 특화된 보험영업 전략을 구사해왔는데 이게 약점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기준 ABL생명의 전체 보험료수입 2조6538억원 가운데 저축성보험 비중은 42.2%(1조1191억원)에 달했다. 저축성보험은 일시적으로 환입되는 금액이 커서 짧은 기간에 외형을 성장시키는 데 유리하나 이차마진(이자율 차이에서 발생하는 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특성상 수익성이 높은 편은 아니다.
특히 미래 수익성 부문에서 보험계약 가치가 떨어진다. IFRS17 하에서는 연금보험 등 저축성보험의 마진률 축소가 두드러진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연금보험의 보험계약마진율은 1.9% 수준으로 건강보험 18.8%, 종신보험 4.0% 대비 미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다.
마진율은 상품별 이익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다. 마진율이 낮은 만큼 수익성에 대한 기여도도 낮을 수밖에 없다. IFRS17이 도입된 첫해인 지난해 1분기 기준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면 15조3000억원의 보험부채 중 CSM은 7550억원으로 약 5%에 그쳤다. 업계 평균인 9%보다 4%포인트가량 낮았다.
◇여전히 큰 저축성보험 비중…기대상각 CSM 개선 저해 ABL생명은 저축성보험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꾸준히 보장성보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IFRS17에서 보유계약의 미실현이익에 해당하는 CSM이 매년 상각을 통해 이익으로 실현되는 만큼, 양질의 보장성보험을 보유할수록 보험영업 수익성이 높아지게 된다.
지난 2020년 말 기준 전체 보험료 수입 중 50%를 웃돌던 저축성보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30%대로 감소했다. 급기야 전체 보험료 수입 중 보장성보험 비중이 저축성보험 비중을 앞질렀다.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의 전체 보험료에서 저축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3.9%다. 반면 보장성보험 비중은 42.5%까지 확대됐다.
그럼에도 아직 생명보험 업계 평균 대비 저축성보험 비중이 큰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외국계 생보사를 포함한 국내 전체 생보사의 평균 저축성보험 비중은 20.9% 수준이다. ABL생명의 보험 포트폴리오는 업계 평균 대비 13%포인트 더 저축성보험에 쏠려있는 셈이다.
여전히 저축성보험 비중이 크다 보니 미래 수익성 개선세도 더디다. CSM 당기손익 인식구간 공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ABL생명의 3년 초과 기대상각 총합계(원수보험계약 기준)는 7141억원이었다. 10년 초과 기대상각 CSM을 제외한 3년 초과 기대상각 CSM은 2301억원으로 전년 2171억원 대비 5.7%(13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