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이하 카디프생명)은 IFRS17 도입에 선제적으로 대비한 덕에 회계정책 변경 타격이 덜했다. 카디프생명은 유럽 본사의 지급여력 모형을 도입해 자본적정성을 관리해왔다.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 비중을 늘리며 상품 포트폴리오도 재편했다.
그러나 지급여력비율(K-ICS비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자산연계형 보험의 예실차(보험금 및 사업비의 예상과 실제 차이) 손실 위험을 인식한 탓이다. 해당 상품에 대한 계리적 가정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 회계변경 관련 자본 변동 미미…사전 대비 '효과' 카디프생명은 IFRS17 도입으로 인한 타격이 적은 편이다. 카디프생명은 2022년 1월 1일 기준으로 회계정책변경을 변경한 결과 결과 자본이 247억원 증가했다. 기타자본구성요소에서 36억원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익잉여금계정에서 282억원 이익이 발생했다.
카디프생명은 회계 제도 변경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왔다. 그 중 하나가 유럽의 내부지급여력 모형인 솔벤시Ⅱ 도입이다. 카디프생명은 2015년 위험관리 역량이 높은 글로벌 BNP파리바 본사와 동일하게 솔벤시Ⅱ를 도입해 자본을 관리해왔다. 솔벤시Ⅱ는 자기자본규제를 강화한 유럽의 내부지급여력 모형으로 킥스와 유사하게 보험 부채평가를 시가 평가한다.
상품 포트폴리오도 재편에 나섰다. 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리고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였다. 2022년말 기준 저축성보험은 누적 보유계약이 2조3449억원에 달했으나 2023년말에는 6762억원으로 감소했다. 한편 보장성 보험은 1조3066억원에서 1조6543억원으로 26.6% 증가했다.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사 상품인 자산연계형 상품을 2023년 상반기 출시했다. 자산연계형 상품은 특정자산의 운용 실적에 연계하여 투자성과를 지급하는 보험상품이다. 원금 및 최저이율이 보장된다는 점은 일반보험과 유사하지만 자산운용의 대상이 특정된다는 점에서 변액 보험과 유사하다. 카디프생명이 보유한 자산연계형 보험의 누적금액은 6456억원으로 전체의 14.6% 비중을 차지한다.
◇계리적 가정 부실했나…예실차 인식에 킥스비율 하락 자산연계형 상품 매출이 늘자 관련 위험이 증가하며 지급여력비율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카디프생명은 RBC제도 하에서 보험사 최상위권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해왔다. 2022년말에는 RBC비율은 499%로 전체 생보사 중 가장 높았다. 높은 자본적정성 수준에 킥스 도입에도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2023년 3분기 킥스 비율은 205%로 294%포인트 하락했다. 아직 권고치 수준을 충분히 상회하고 있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하락폭이 큰 편이다.
자산연계형 상품 관련 위험액이 증가하며 요구자본이 증가했다. 요구자본은 지난해 1분기 645억원에서 1140억원으로 늘었는데 이 사이 운영위험액이 427억원 증가했다. 운영위험액은 기업운영상 발생할 수 있는 예상손실에 대비해 사전에 적립하는 금액이다.
관련 상품의 예실차가 커짐에 따라 운영위험액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험액에는 기초가정위험액이 포함되어 있어 예실차가 클수록 위험액이 크게 잡히게 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디프생명은 지난해 당기서비스와 관련 경험조정 항목에서 -412억원 손실을 인식했다.
예실차는 실제 발생한 보험금 및 사업비 합계액이 회사가 예상한 금액 보다 더 커졌을 때 손실로 인식하는 계정이다. 때문에 회사가 설정한 계리적 가정의 정확도를 보여주는 검증 지표로 꼽힌다.
신상품 매출 증대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카디프생명은 2023년 20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손익은 22억원으로 전년(110억원 손실) 대비 흑자 전환했으나 투자손익이 206억원 적자로 악화했다. 보험금융비용이 악화하며 적자폭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