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L생명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결손금 폭탄을 맞았다. 보험사의 부채와 자산을 시가평가(공정가치) 해 현행가치를 매기는 회계 기준 변경만으로 결손금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려졌던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의 실상이 드러난 것이다.
확대된 결손금에 따라 그간 200%대(RBC 기준)로 유지하던 지급여력비율도 급감했다. 경쟁 보험사와는 달리 요구자본 확대를 가용자본 증가로 상쇄하지 못했다.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경과조치 후에야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선을 겨우 넘긴다.
◇회계제도 변경에 결손금 10배 급증…재무지표 곳곳에 영향
IFRS17이 도입된 첫해인 2023년 1분기 ABL생명은 결손금 쇼크를 받았다. 전년 말 429억원 수준이던 결손금이 IFRS17을 적용하자 472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 개 분기만에 결손금 규모가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특별한 영업 변동 및 손실에 의한 발생은 아니었다. 2022년 말 결손금을 IFRS17을 적용해 재작성하면 4827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해 1분기에 10배 증가했던 결손금이 되레 100억원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결손금 증가 등은 온전히 IFRS17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IFRS17과 함께 IFRS9의 적용으로 부채와 자산이 동시에 변경되면서 상당한 여파가 발생했다. IFRS9은 금융자산의 분류와 측정 체계에 대한 새 기준이다.
구체적으로 회계 기준 변화에 의한 재무영향을 살펴보면 2022년 말 6519억원에 달하던 투자손익은 -621억원으로 손실 전환했다. 영업이익은 -610억원에서 -462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120억원 순이익이던 당기손익은 -493억원 손실로 바뀌었다. 자본항목에서는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이 각 155억원, 1조11억원으로 변동이 없었다.
반면 이전 회계기준대로라면 -1271억원이던 2022년 말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IFRS17 적용시 3627억원으로 바뀌었다. 결손금 증가분을 기타포괄손익누계액 증가분이 상쇄한 덕분에 자본총계는 8466억원에서 8966억원으로 500억원 늘었다. 지난해 1분기 말에는 자본총계가 9162억원을 기록, 전년 말 대비 196억원 증가했다.
◇가용자본, 결손금 등에 발목 7.7% 그쳐…요구자본은 90% 증가
자본이 훼손되진 않았어도 결손금 규모 확대로 인한 지급여력비율 하락 등 건전성 저하를 막을 순 없었다. 이익잉여금 항목은 지급여력금액을 의미하는 가용자본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 기준 ABL생명의 가용자본이 1조4292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700억원가량의 결손금 마이너스는 그 영향이 적지 않다.
실제로 ABL생명은 요구자본 증가 영향을 가용자본 증가로 상쇄시키지 못하면서 킥스비율이 전 지급여력 제도인 RBC비율을 밑돌았다. 2022년 말 RBC 기준 1조3266억원이던 가용자본은 킥스 제도에서 1조4292억원으로 1000억원가량(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요구자본이 6681억원에서 1조2833억원으로 6152억원(92%)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렇다 보니 2022년 말 기준으로 업계평균 157.6%를 크게 웃돌던 지급여력비율(198.6%)은 법정 최저 기준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인 111.36%까지 떨어졌다. 장수위험과 사업비위험, 해지위험 및 대재해위험 등의 경과조치를 적용하고서야 163.62%로 금융감독원의 권고 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경과조치를 적용한 지급여력비율은 168.1%(경과조치전 109.07%)다. 다만 생보업계 평균인 224.5%에 한참 못 미치는 만큼 충분한 건전성을 갖췄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기간 경과에 따른 적용비율 변경으로 매년 위험액이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중기적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