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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다. 핵심은 사외이사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도 객관적 절차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다. 젠더 다양성, 전문성 분포, 추천 절차, 후보군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현황과 개선 노력을 살펴봤다.
DGB금융이 지난해 사외이사 후보군 규모를 10% 가량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 발맞춰 다른 시중은행 금융지주 수준으로 후보군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미 지방금융 중에서는 최대 규모로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다.
후보군 전문성 분야로 '인사(HR)'를 두는 것도 DGB금융 사외이사 선임 제도의 특징이다. 인사 전문가 네트워크를 별도로 관리하는 건 은행금융지주 중 DGB금융이 유일하다. 이사회 중심으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회장과 은행장을 선임하려면 인사 분야에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4대 금융 사외이사 후보군 '최소 100명' DGB금융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사외이사 후보군 숫자는 총 80명이다. 전년도 73명에 비해 7명(9.6%) 증가했다. 1년새 부적합 후보를 배제하고 신규 후보를 등록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늘어났다.
DGB금융 사외이사 후보군 숫자는 지방금융 최대 규모다. BNK금융은 70명, JB금융은 21명의 후보를 관리하고 있다.
DGB금융의 시선은 시중은행 금융지주로 향하고 있다. 조만간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유력한 만큼 4대 금융지주를 비교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4대 금융 사외이사 후보군은 하나금융 173명, 신한금융 164명, KB금융 116명, 우리금융 100명 순으로 규모가 크다. 최소 100명을 웃도는 후보군을 두고 있다.
후보군 전문성 분류를 보면 △금융 △회계·재무 △리스크 △법률 △IT·디지털 △인사 △ESG △금융소비자보호 등 8가지로 분류돼 있다. 금융 전문가가 22명으로 가장 많고 회계·재무 17명, IT·디지털 10명, 리스크 7명, 법률 7명, ESG 7명, 인사 5명, 금융소비자보호 5명 순이다.
1년새 가장 많은 후보가 충원된 분야는 회계·재무다. 회계·재무 전문가는 2022년 11명에서 2023년 17명으로 6명 늘었다. 시중은행 전환시 이사회의 재무 전문성이 더 높은 수준으로 요구될 것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DGB금융은 계열사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하면서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자본비율이 약화된 상태다.
◇'CEO 육성' 중시하는 DGB 색채 반영 사외이사 후보군 전문성으로 인사를 중시하는 건 DGB금융 만의 차별화 지점이다. 4대 금융은 6~8개 분야의 전문가를 후보로 관리하고 있지만 인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곳은 없다.
인사 전문가인 김태오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김 전 회장은 하나금융에서 인사 담당 임원을 지낸 인물이다. DGB금융 회장 취임 후에는 지배구조 개선에 주력했다.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역량과 이력 중심으로 은행장을 선임하는 관행을 만들기 위해 이사회의 인사 전문성을 확보하려 했다.
DGB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한 은행장 승계 프로세스를 마련했다. 2년에 걸친 평가와 검증 작업을 거치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이 과정은 기존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가 주도한다. 이 과정에서 외부 자문기관이 참여하긴 하지만 사외이사가 중심이 돼 CEO 인선 작업을 하려면 인사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깔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