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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동고동락' 두산 상승세에 '함박웃음'

2017년부터 ㈜두산 회사채 대표주관…두산그룹 힘든 시기 측면지원 KB와 '철통 관계' 구축

권순철 기자  2024-04-03 15:09:44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두산 그룹 계열사들의 실적 회복이 가속화되고 주가도 상승세를 타면서 자본시장의 오랜 파트너 KB증권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자금 조달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 2017년부터 매년 ㈜두산의 회사채 발행을 주관했던 KB증권에게는 딜을 많이 수임할 수 있는 기회다.

양사의 관계는 2010년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로가 필요할 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비즈니스로 단단한 관계를 구축했다. 이와 같은 프로토콜에 익숙한 당시 실무진들이 오늘날 고위직으로 승진하면서 더욱 돈독한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 회사채는 'KB증권'…그룹 주관 실적 '1조' 달성

한동안 보릿고개 시절을 겪었던 두산은 최근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2022년 최단 기간 내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난 이후 지난해 연결 매출액 19조, 영업이익 1조436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각각 13%, 28%의 증가율을 보였다. 중장기적 성장성과 밸류업 제고를 위한 노력을 인정받으며 두산 지주의 주가는 주당 10만원을 돌파했다.

두산의 화려한 복귀를 반기는 이는 다름 아닌 KB증권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금 조달 수요도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며 "두산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KB증권이 기대를 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KB증권은 2017년부터 매년 ㈜두산의 공모채 발행 주관사로 참여했다. 통상 하우스들 간 교통 정리 차원에서 격년 주기로 주관사단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KB증권은 사실상 매년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그간 쌓아온 실적만 1조원을 넘는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그룹 전체로 봐도 KB증권은 매년 회사채 주관 실적 1위를 기록했다.

㈜두산은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17년 처음으로 오버부킹에 성공했다. 대형 증권사로는 KB증권이 유일하게 주관사로 참여했던 시기였다. 당시 기타 대형 증권사들도 주관 및 인수단 참여에 상당한 관심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두산의 선택을 받은 곳은 KB증권 뿐이었다.
출처: 더벨플러스
◇2010년대 이전부터 이어진 인연…'호혜적' 파트너십 구축

업계에서는 두산과 KB증권의 인연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 되었다는 데 의견을 모은다. 양사의 경우 회사의 오너와 증권사의 수장 또는 고위 임원 간의 친분으로 맺어진 관계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오랫동안 각자가 필요한 시기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비즈니스를 제공하면서 단단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코로나19 이후 그룹 전체가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2020년 3월 산은과 수은으로부터 3조원 가량의 자금을 수혈받은 후, 그해 지주가 실시한 2번의 회사채 모두 미매각을 기록했다. 그러나 KB증권은 2022년 ㈜두산이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날 때까지 단 한번도 빠지지 않고 대표 주관사단에 들어가 조달을 도왔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도 꾸준히 대표 주관사단에 들어갔지만 2020년 9월 회사채 발행 때는 인수 업무만 담당했다. 당시 산업은행과 더불어 증권사 중에는 KB증권이 유일하게 대표 주관으로 참여했다. 인수 금액도 100억원으로 산은(35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두산도 화답했다. 지난해 IPO 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받던 두산로보틱스 상장 주관사단에 KB증권을 포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업계에서는 KB증권의 발탁을 두고 두산 그룹이 어려웠던 시절 회사채, 유상증자 등을 주관하며 많이 도와줬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KB증권 관계자는 "과거 실무진에서 두산과 관계를 쌓아오던 이들이 승진을 하며 함께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2017년 발행 담당자였던 강진두 상무는 현재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이며, 그동안 커버리지를 담당하던 박병옥 팀장은 부서장(이사)으로 올라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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