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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신용등급 회복 박차…마지막 단추 '차입금'

'로보틱스 상장·에너빌리티 선방' 주효…재무커버리지지표 개선시 상향 충족

양정우 기자  2024-03-20 07:54:34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이 계열사 선전을 토대로 신용도 회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BBB0' 등급이지만 펀더멘털과 재무 안정성을 개선해 나가면서 과거 'A'급 시절의 크레딧에 점차 다가서고 있다.

다만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되려면 차입 규모 감축이 필요한 것으로 진단된다. 유독 재무 커버리지 지표가 등급상향 요건이 요구하는 수준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이다.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사업부문 매각을 단행했기에 현금 창출력이 단기간에 확대되는 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BBB+' 복귀 성큼, 아웃룩 긍정적 조정…계열사 선전, 지주사 신용도 견인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0(안정적)'에서 'BBB0(긍정적)'로 조정했다. 향후 개선 추세가 유지되면 'BBB+' 등급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신평업계는 레이팅 이벤트가 발생해 단기적으로 신용등급을 손볼 때 와치리스트 등재를 선택하고 관망 후 조정에 나설 때 아웃룩을 조정한다.

이번 아웃룩 조정의 근거를 제공한 건 계열사인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로보틱스는 그룹의 미래 캐시카우로 손꼽히는 기업이다. 로봇 섹터인 만큼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하기도 했다. 이 때 공모 과정에서 단행한 신주 발행 규모가 4200억원 수준이었다.

㈜두산 입장에서는 보유 지분의 구주매출을 선택하지 않아 현금 유입의 이벤트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번 IPO는 신용도 개선에 한몫을 했다. 우선 두산로보틱스는 아직 본격적으로 캐시플로우를 창출하기보다 투자에 더 힘을 싣는 유망 기업이다. 이 때문에 모회사인 두산이 자금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이 늘상 크레딧에 반영돼왔다. 하지만 4000억원 대 현금을 확보하면서 이런 현금 유출 우려를 씻었다.

여기에 두산로보틱스가 상장하면서 보유 주식은 시장가격이 책정된 재무 융통성 재원으로 탈바꿈했다. 물론 기업가치가 달라진 건 아니지만 비상장주식이 상장주식으로 바뀐 건 모회사 입장에서 투자 증권의 시장성이 완전히 달라진 이벤트다.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역시 가점 사안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BBB+)이 한 단계 업그레이된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국내외 원전 사업 환경의 개선되면서 실적 개선이 가시화되고 있고 발전 설비 부문에서 수주잔고가 양적, 질적으로 눈에 띄게 개선됐다. 그룹 캐시카우의 펀더멘털 회복은 단연 지주사인 ㈜두산의 신용도에 반영되고 있다.


◇사업부 매각, 자체 사업 볼륨 축소…차입규모 감소, 상향요건 충족 연결

㈜두산을 상대로 책정된 등급상향 요건은 '계열 전반의 신용도가 제고되면서 지원 부담의 완화', '자체적 채무상환능력 개선이나 재무적 기반 확충 등', '별도기준 총차입금/EBITDA 지표 8배 이하 유지' 등이다.

계열 신용도의 제고와 자체 크레딧 개선엔 속도가 붙고 있으나 정량적 기준인 총차입금/EBITDA의 경우 아직 등급상향 트리거와 현재 수치(지난해 3분기 말 기준)의 괴리가 작지 않다. 2018년 말 4.8배였던 재무 커버리지 지표는 그 뒤 7.2배에서 10.5배, 13.4배, 12.2배, 17.6배 등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치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뚜렷하게 개선돼도 단번에 8배 이하로 떨어지는 건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이 지표가 껑충 뛴 건 차입금 확대보다도 EBITDA의 감소세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2018년 3000억원에 육박하던 수치가 2022년 1000억원 대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나서면서 모트롤, 산업차량 등의 사업부 매각으로 자체 사업 기반이 축소된 탓이다. EBITDA 볼륨이 단기간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는 게 쉽지 않은 여건인 셈이다.

향후 재무 커버리지 지표를 개선하는 데 차입금 감축이 주효할 것으로 관측된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낮은 수준이지만 두산 계열을 거느리는 지주사로서 BBB+ 등급을 부여받기엔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여전히 큰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1조5000억원 가량이다. 금융기관 차입금 8700억원, 회사채 2710억원 등으로 집계된다.

물론 자체 사업의 성장과 함께 배당수익, 브랜드사용료의 확대도 총차입금/EBITDA 수치를 낮추는 데 한몫을 할 전망이다. 지주 부문은 관계사로부터 연간 300억원을 상회하는 브랜드사용료를 수취하고 있다. 이들 매출은 계열사의 실적 개선에 따라 직접 현금을 수취하는 방향으로 신용도를 강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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