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꺼낼 수 없지만 이 말만은 할 수 있다. 쉽게 '대세'가 되진 않았다. 어떤 곳은 여러 번의 '빅 딜' 후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또다른 곳은 적자만 냈지만 기업공개(IPO)의 적기를 제대로 잡아 그룹의 대표 주자에 올랐다. 모든 성장 전략이 다 달랐지만, 어느새 그룹에서도 가장 커져버린 시가총액이 이들의 성공과 새 시대를 주목하게 만든다. 더벨이 갖은 노력 끝에 시장을 사로잡은 주요 그룹 간판 계열사의 시총 그 뒷배경을 들여다본다.
이렇다 할 자산 변동도 없었다. 전체 주식수도 그대로다. 그런데 1조원대에 머물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6조원대 중반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시장의 펄펄 끓는 관심을 받아 온 HD현대일렉트릭 이야기다.
인수합병(M&A)이나 주주환원책 같은 인위적인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니, 그만큼 시장에서 '회사 경쟁력'만으로 높은 가치를 받았단 뜻이다. 실제 시장은 HD현대일렉트릭의 '탄탄한 실적'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실적'으로 연 시총 '6조 시대'
시총을 높이는 방법은 여럿이다. 회사 몸집을 키우는 인수합병(M&A)이나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시장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아니면 매출이든 영업이익이든 회사 본연의 경쟁력으로 시장 관심을 저절로 얻어내는 수도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후자'다. 이 회사는 2017년 HD현대중공업에서 분할 신설됐다. 변압기와 회전기, 배전반 등 전력공급 전 단계에 필요한 제품들을 생산한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등으로 시장에 호황이 찾아온 상황에서 기회를 잡고 있다.
숫자만 봐도 상황이 좋다. 2021년까지만 해도 연 1조원대 매출을 내다가 2022년 2조1044억원, 2024년 2조7027억원으로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2021년 97억원에서 2022년 1330억원, 2023년 3152억원으로 증가했다. 확연히 눈에 띄는 성장세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현재 회사는 탄소 배출량 저감 전력설비를 개발하고 해상풍력 분야에 진출하며 친환경 사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세계적으로 개화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발맞춰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본다.
자연히 시장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미래의 기대가 반영되는 시가총액이 급격히 증가한 게 그 방증이다. 27일 현재 회사의 시총은 약 6조6600억원이다. 작년 같은 날(1조3700억원)에 비해 370%, 올해 초(2조8873억원)에 비해 120% 상승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주 잔고의 50% 이상이 수익성이 높은 북미 수주"라며 "전력기기 시장 분위기가 좋아 추가적인 주가 상승세가 전망된다"라고 했다.
◇HD현대그룹 '넘버 투' 됐다
물론 우여곡절이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이후 국내와 해외 주요 시장에서의 전기장비 수요 위축으로 2018~2019년 대규모 적자를 냈다. 경영난에 따른 주가 하락 탓에 당시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하기로 했던 금액이 당초 계획에 못 미치기도 했다.
이후의 2년은 재건의 시간이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수주는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2020년 한때 분기 수주금액이 마이너스로 집계될 정도였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오늘날의 안정적 실적 체력의 바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근 들어 급격한 시총 성장을 이룬 배경이다. 현재는 HD현대그룹에서도 명실상부한 '넘버 투'로 거듭난 상황이다. HD현대그룹 내 상장 계열사는 회사를 포함해 HD현대, HD현대중공업,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에너지솔루션 등 8곳이다.
시총 1등 자리는 HD현대중공업(10조5999억원)이 지키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1조6847억원)와 현대미포조선(2조5483억원)을 제쳤다. 그리고 지난 21일엔 지주사인 HD현대(5조4584억원) 마저 앞서며 2위까지 올라선 상황이다.
시장은 HD현대일렉트릭이 준비 중인 또 한 번의 도약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의 목표는 전기장비 생산과 ESS 설치에 머물지 않는다. 단순한 제품 생산을 넘어 전력 생산과 저장, 관리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내재화하기 위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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