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서진석 대표로의 세대교체가 한창인 셀트리온. 서 대표는 올초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JPM)에서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후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서도 전면에 섰다. 조직개편으로 처음으로 의장으로서 주총을 이끌었다.
서 대표는 서정진 회장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얼어붙은 주총장 분위기를 정리하는 등 '합리적인 젊은 리더'의 존재감을 뽐냈다. 그는 "셀트리온은 말만 아닌 행동으로 늘 보여주는 곳"이라며 "신뢰해준다면 경영진이 잘 운영해보겠다"고 성난 주주들을 달래고 박수갈채를 이끌어냈다.
◇등장하자마자 주주 꾸짖은 서정진, 얼어붙은 주총장
서 대표는 2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통합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 연단에 섰다. 셀트리온 통합 전부터 공동의장이었지만 주총을 직접 진행하지 않았다. 올해 의장으로서 처음 진행하는 정기주총이다.
서 대표는 "그간 기우성 부회장이 주총을 진행했다면 조직개편으로 올해부터 제가 회의를 진행하게 됐다"며 데뷔를 알렸다.
초반 분위기는 험악했다. 주주들은 주가 하락과 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쏟아냈다. 이에 갑자기 등장한 서 회장은 주주들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
'짐펜트라' 론칭을 위해 미국에 체류 중인 서 회장이 주주의 질문에 참지 못하고 예상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화상연결을 통해 "주주가 한 방금 질문은 법률적 이슈가 생길 수 있는데 괜찮겠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후 서 회장은 다소 강한 어조로 주주들을 호통치는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주주들에게 "감정적으로 질문하지 마라",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주주들의 질문에 끝까지 답하는데 왜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등 주주들을 설득하던 예년과 다른 모습이었다.
◇'차기 리더' 각인, 부친과 다른 스타일로 주주 설득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한 건 아들 서 대표였다. 성난 주주들을 진정시키고 차분히 설득에 나섰다.
그는 "셀트리온만큼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일정량을 소각한 회사가 없다"며 "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말만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을 믿어달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주주친화정책도 약속했다.
서 대표는 "최근 셀트리온은 배당을 늘리는 방안으로 제도를 손봤다"며 "아직 투자가 더 많이 필요한 회사이지만 경영진을 믿어준다면 주주가치를 늘리는 방향으로 잘 운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는 '믿어달라'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또 주주들에게 '감사하다', '죄송하다'는 인사도 여러번 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강한 단어로 청중을 휘어잡는 스타일인 서 회장과 달리 청중과 공감하면서 강단있는 젊은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서 대표의 차분한 설득에 주주들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서 대표는 시장에 본격적으로 데뷔했지만 늘 서 회장과 함께 해 큰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했다. 글로벌 데뷔전을 치른 1월 JPM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던 서 회장 옆에 서대표는 예정된 발언 외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동안 공식 무대에서는 조용하고 상대적으로 카리스마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서 대표는 외향적이고 활발하게 주변인들을 이끄는 성격으로 전해진다. 대학 동기들과의 모임을 주도하고 관심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등 사석에서는 적극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편이다.
이번 주총을 통해 서 대표는 차기 리더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각인시킨 모습이다. 이례적으로 서 회장이 주주들을 향해 공격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정제된 언어를 쓴 서 대표의 합리성이 도드라졌다.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악역'을 자처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이날 서 회장의 모습은 주주들에게도 생소한 모습이었다. 서 대표는 이사 보수 한도액 증액에 불만을 드러내는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무난하게 주총을 마무리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성원해주신 주주들 덕분에 상정된 안건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며 "회사 경영진에게 공감해주고 주총을 빛내주신 주주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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