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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판 예정' LG엔솔, 모회사 신용도 변화 여파 없나

무디스, LG화학 등급전망 '부정적' 조정…SK이노, 등급 하락도 일부 '부담'

이정완 기자  2024-03-25 16:06:08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글로벌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본업인 석유화학 실적 부진에 배터리 관련 투자 부담이 겹친 탓이다. 이를 두고 상반기 중 한국물(Korean Paper) 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은 여전히 모회사의 등급 지원 가능성을 인정 받아 동일한 등급 전망을 지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투자자가 느끼는 영향이 덜하다. 모회사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된 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채권 가격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IB업계, 상반기 내 발행 관측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내인 6~7월 중 달러채 발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는 9월 한국물 시장 데뷔전을 치렀는데 발행 일정을 상반기로 앞당겼다.

회사 측에서도 연초 실적 설명회에서 장승권 LG에너지솔루션 재무총괄이 직접 “원화·외화 회사채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회사채 발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원화채는 지난달 5조6100억원의 수요를 바탕으로 1조6000억원 조달에 성공했으니 이제 외화채만 남은 셈이다.

하지만 수요예측을 앞두고 약간의 걸림돌이 생겼다. 지난달 무디스가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3, 안정적’에서 ‘A3,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의 지원 가능성을 인정 받아 자체 등급보다 한 노치(Notch) 높은 ‘Baa1, 안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LG화학의 신용도가 낮아지면 LG에너지솔루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LG화학의 등급 전망이 낮아진 이유는 석유화학 업황 부진 탓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5250억원으로 전년 5조983억원보다 8%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2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15% 줄었다. 석유화학 사업 회복은 올해부터 재개될 예정인데 지금도 자본적 지출(CAPEX)은 이어지고 있다.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투자 외에 배터리 소재와 관련한 투자 계획이 상당하다.

이를 두고 IB업계 일각에서는 우려 섞인 의견이 나왔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처럼 배터리 자회사를 둔 기업의 신용도에 줄줄이 변화가 생기면서 향후 배터리 기업의 한국물 발행 시 투자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S&P가 SK온의 배터리 사업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해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BB+까지 낮췄다"며 "최근 LG화학 등급 전망 조정에 배터리 수요 둔화도 영향을 끼친 만큼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금리 변화 '미미'…투심 변함 없다

다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유통되는 금리를 보고 투심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9월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총 10억달러를 확보했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모회사 신용등급 전망이 바뀐 후 시장에서 유통되는 LG에너지솔루션 금리에는 크게 변동이 없었다"며 "글로벌 기관투자자들도 이미 반영된 리스크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신용등급 전망이 바뀌지 않은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무디스는 LG화학의 등급 전망은 낮추면서도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무디스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건전한 재무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전반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6.4%로 2022년 4.7%보다 1.7%포인트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도 86%로 전년 말 86%와 유사한 수치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10조원 넘는 CAPEX(캐팩스) 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2022년부터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대거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현재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혼다와 함께 합작법인을 운영 중인데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미국 조지아주에 추가로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했다.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만큼 현지 투자자 반응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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