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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부광약품, 이우현 회장의 결단 '콘테라' 해외상장

국내 상장서 해외로 전략 변경…파킨슨병 신약 3상 승부수

정새임 기자  2024-03-22 10:17:40
작년 부광약품의 단독 대표이사로 오른 OCI그룹 총수 이우현 회장이 자회사 콘테라파마의 해외 상장을 공식 선언했다. 그간 한국 코스닥 시장 상장을 유력하게 점쳤지만 해외서 승부를 보겠다는 복안이다.

노보홀딩스로부터 펀딩을 받아 설립된 덴마크 바이오텍 콘테라파마는 현재 파킨슨병 신약 글로벌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결과가 나오는 데 따라 마지막 3상에 사활을 걸겠다는 포부다.

◇정기주총서 달라진 상장전략 발표

이 회장은 22일 열린 부광약품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약개발기업 콘테라파마에 대해 "국내가 아닌 해외 상장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 중인 이우현 부광약품 회장

콘테라파마는 부광약품이 2014년 인수한 덴마크 소재 바이오텍이다. 중추신경질환을 전문으로 한 신약을 개발 중이다. 당초 부광약품은 콘테라파마의 국내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OCI그룹에 인수된 뒤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이 회장은 왜 굳이 코스닥이여야 하느냐에 대해 부광약품 관계자들에 끊임없이 화두를 던졌다. 결국 그가 지휘봉을 잡자마자 상장전략이 달라졌다.

이 회장은 "당초 콘테라파마를 한국 시장에 상장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덴마크 회사를 국내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외 상장 변경, 글로벌 3상 승부수

콘테라파마의 상장 전략 변경은 신약 글로벌 3상에 승부수를 걸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현재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 신약 'JM-101' 글로벌 2상 결과를 앞두고 있다. 이 결과는 올해 하반기께 도출될 예정으로 현재로선 중간 데이터값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3상에서는 2상의 몇 배 더 많은 자금이 들어간다.

이 회장은 부광약품과 콘테라파마가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해외 빅파마와 협업하면서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해외 바이오텍이 해외 기업과 협업하고 자금을 조달하기에 국내는 적절치 않은 건 사실이다.

이 회장은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3상만 잘 된다면 글로벌 5조원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지만 3상에 5000억원가량의 자금이 투입돼 자체적으로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너무 큰 건이라 고민 끝에 부광약품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상장은 콘테라파마가 개발 중인 파킨슨병 이상운동증 치료 신약 'JM-101'의 2상 결과가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추진한다. 임상 결과가 잘 나올 경우 향후 3상을 위한 본격적인 상장 추진에 나선다.

다만 해외 상장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조건이 있다. 부광약품은 2020년 콘테라파마 임상을 위해 국내 사모펀드 투자를 받으면서 국내 상장을 약속했다. 해외 상장을 추진하려면 이 자금을 조기상환해야 한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한 대비도 이미 해둔 상태다.

그는 "올해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받은 513억원을 조기상환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현금을 대폭 확보해둔 덕분에 재무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부광약품의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329억원으로 전년도 618억원보다 두배가량 늘었다. 조기상환을 위한 비용집행은 정기주총 이후 이사회에서 결의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작년 하반기 재고자산을 낮추고 매출채권회수기일을 줄이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적인 준비를 갖췄다"며 "저는 해외 상장을 11번 해본 경험이 있어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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